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10년간 공들인 자율주행 전기차(EV) ‘애플카’ 개발을 포기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애플이 전기차를 연구해 온 조직인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할 예정이며, 이를 내부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약 2000명의 직원에게 알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 고위 임원들이 최근 몇 주간 개발 중단 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을 프로젝트 리더인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부사장이 공유했다”면서 “프로젝트 마무리 후 많은 직원은 인공지능(AI) 부서로 이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는 다른 조직으로 옮기거나 해고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해고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카 개발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개발을 계획해 왔다.

그러나 구조조정 및 회사 전략 변경으로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당초 애플카는 2025년 출시 예정이었지만 2026년으로 한 차례 연기된 뒤, 지난달에는 애플카 출시가 2028년으로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성능도 축소됐다. 애플카에는 현재 자동차기업들이 구현하지 못한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5’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점차 ‘레벨 4(고속도로에서만 완전 자율주행 지원)’, ‘레벨 2+(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정도)’로 목표치가 낮아졌다.

그러는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이끌던 더그 필드 책임자가 2021년 9월 퇴사해 포드자동차로 옮겼고, 지난달에는 DJ 노보트니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퇴사하는 등 핵심 인력의 이탈이 발생했다.

애플이 애플카를 포기한 데에는 당초 계획했던 기술 구현이 쉽지 않고 투자 대비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플카 가격을 약 10만달러로 책정했지만, 애플카가 자사의 다른 제품에서 누리는 이익만큼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높은 가격 및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최근 위축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등 자동차기업이 전기차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선회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 목표나 이익 예측치 등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애플이 애플카를 포기하고 AI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애플 주가는 0.81% 올랐으며, 시간외 거래에서도 0.2% 안팎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