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저출산 가속화, 인구 ‘3/1 시대’가 온다

[편집자시선]저출산 가속화, 인구 ‘3/1 시대’가 온다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 16년간 280조원 투입 ‘무색’
전북 출생아 잇단 감소 지난해 6600명 ‘대표적 저출생지역’ 오명

기사승인 2024-03-04 13:49:24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2015년(1.24명) 이래 8년째 하락세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43만 8000명에서 23만명으로 반 토막 났다. 2021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인구지표로 그 나라의 인구구조를 내다볼 수 있다.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은 2.1명, 2명이 결혼해서 평균 2.1명의 아이를 낳으면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0.72명은 2명이 결혼해 0.72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로 1명에게서 나오는 아이는 0.36명이다.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약 1/3로 줄어든다. 이젠 새로운 인구 '3분의 1'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한 세대만에 출생아수가 1/3로 줄어들면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출산율의 하락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함께 노동력 부족과 국가 재정 부담으로 연결된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 못지않게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세계 경제의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우리 주변의 초중고교가 문을 닫고 대학도 생존의 문제에 고민하게 된다. 지난해 전국 일반대학 입학정원은 30만6,180명, 태어난 아이들 모두가 대학에 입학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병역 문제 역시 초저출산 시대가 직면한 과제다.

국민연금은 기금에 돈을 보탤 사람이 급격히 줄어든다. 인구구조만 봤을 때 2042년 무렵엔 국민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의무가입자보다 많아지는데 수급자가 더 많아지면 국민연금 기금은 적자로 전환하고 고갈 수순을 밟는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출생아수는 3만 9400명으로 전년 대비 3200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59명에서 0.55명까지 낮아져 전국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로 전국 0.72보다는 조금 높지만 10년 전(1.32)과 비교해 0.54나 떨어졌다. 

지난해 도내 출생아 수는 6600명(잠정)으로 전년(7,032명)과 비교해 6.1% 감소했다. 2019년 8971명으로 1만명 대가 무너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10년 전인 2013년(1만 4555명)과 비교해 무려 54.7%나 줄었다.

전국 9개 도 단위 지자체 중에서 전북보다 출생아 수가 적은 곳은 제주특별자치도(3200명) 뿐으로 전북은 대표적인 저출산 지역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지역경제가 추진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남 강진군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강진군 출생아 수는 200명으로 합계출산율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2의 두 배가 넘는 1.47명을 기록했다. 2022년 강진군 합계출산율은 0.89명이었는데 1년 만에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구 통계에서 단시간에 출산율이 큰 폭으로 반등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강진군에선 올해 1월에만 21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올해 250여 명의 아이가 더 태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진군의 ‘육아 인프라’는 모범이 된다. 부모가 군에 주민등록을 하고, 출생신고를 하면 산모에게 2주간 산후조리원 이용료로 154만원을 지원한다. 연령별 장난감을 군에서 1개월간 빌려주거나, 이동이 어려운 가정에는 집 앞까지 장난감을 배달해 주기도 한다.

직장 다니는 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동 육아 카페’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 개방하는데, 오후 5시 이후엔 ‘돌보미’ 2~3명이 상주하며 아이를 봐주며 5시 이후 돌봄도 무료다. 아이가 한 달 누적 300~400명 이곳을 찾는다.

강진군은 2022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만 7세까지 매달 60만원을 ‘육아·양육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소득이나 자녀 수 구분 없이 84개월 매달 60만원씩이면 5,040만원이 된다.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이다.

저출생과 함께 인구 유출, 초고령화라는 삼중고를 껴안은 지역은 위기감이 배가된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은 세금 수입을 줄이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지출은 급격히 늘려 재정 파탄을 부르고 지방소멸 위기로 내몬다.

정부가 지난 16년간 퍼부은 ‘저출생 예산’은 약 280조. 엄청난 투자에도 합계출산율은 가까스로 0.7명대를 지키고 있으나 언제 더 주저앉을지 모를 일이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양질의 일자리와 혁신 기업 유치,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저출생 대응 예산은 48조 2천억원, 이중 부모 급여,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자녀수당 관련 예산은 2022년보다 27% 올라 7조 502억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처럼 출산한 사람들에게 직접 주어지는 수당은 늘었다지만 근본적으로 육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주거, 일자리·직장, 사회환경, 자산 형성 등 다른 영역에서는 예산이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중소기업 여성 근로자는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 출산을 미루고 계속 일하거나 출산 후 재취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은 교육·복지·주거·노동 등 전방위 노력이 중요하다. 전북은 새만금에 배후도시가 조성되고 기업을 유치한다면 일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근시안적인 대책보다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전반적으로 점검해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마을이 되길 바란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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