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수요 급증에 ‘자원안보’ 화두…“가공물 공급처 확보해야”

광물 수요 급증에 ‘자원안보’ 화두…“가공물 공급처 확보해야”

2040년 리튬 등 핵심광물 수요 20배가량 급증 전망
‘중국 의존도 해소’ 전 세계적 과제, 시동 거는 미국
신공급망·재자원화 구축 시급, “자원안보 가속해야”

기사승인 2024-03-06 06:00:21
카자흐스탄 바케노 리튬광구에서 조사 중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친환경 대전환 시대에서 리튬 등 핵심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자원안보가 미래 사회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원시장 최대 공룡으로 불리는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하면 우리의 정책 역시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핵심광물 수요 급증에 대비한 자원안보 확보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와 풍력발전 확대로 2040년 핵심광물 수요가 2021년 대비 최대 19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가 2021년 대비 11배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에 필요한 2040년 핵심광물 수요는 2021년 대비 리튬 15배, 니켈 12배, 망간 19배, 코발트 4배 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40년 국내 풍력발전 신규 설치 용량은 2022년 대비 8배 증가해 풍력 터빈에 필요한 핵심광물 수요 역시 2040년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2022년 양극재 핵심광물(니켈·코발트·망간) 수요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전구체 형태로 수입됐으며, 글로벌 기준으로도 중국이 전 세계 양극재 및 음극재 생산설비의 각각 70%, 85%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코발트·흑연 제조 공정도 50% 이상을 차지한다.

김경훈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미국, EU(유럽연합) 등 주요국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의 핵심광물 5대 품목 공급망 마련을 위해 광산개발 등 장기 계획에 따른 민관협력체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세계 2위 리튬 생산국인 칠레와의 ‘프렌드 쇼어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칠레 방문 일정을 마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과 칠레의 관계 확대는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주요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미국의 칠레산 리튬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022년에는 캐나다, 호주, 일본, 한국, EU 등 동맹국들과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설립해 중국의 수출 통제 등 자원 무기화에 대응토록 했다. MSP는 최근 포럼을 설립하면서 비회원인 중남미 국가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MSP 회원국 활동은 물론, 지난해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해 온 ‘국가 핵심광물 재자원화 클러스터’를 2026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재자원화는 유용 광물이 포함된 산업·광산 부산물 또는 사용 후 제품을 회수, 분쇄, 선별, 정·제련 등 물리·화학적 공정을 거쳐 원료화 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자원보유국이 아닌 한국의 재자원화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재자원화 비중을 현 2%대에서 20%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주재로 아시아-아프리카 8개국(카자흐스탄·몽골·우즈벡·베트남·인도네시아·탄자니아·나이지리아·콩고민주공화국) 간 핵심광물 국제협력을 추진, 광물을 저장하고 있음에도 기술모델이 부족한 국가와 협력해 2030년까지 안정적인 광물 신(新)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친환경 확산에 따른 광물 시장 내 중국 입지가 급격히 커지면서, 이러한 정책들이 계획 단계를 넘어 빠르게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신공급망, 재자원화 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빨리 실제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며 “중국 의존도 해소는 전 세계 공통 고민에 해당하는 만큼 우리가 한 발 앞서나가 아시아 광물자원 허브로 도약할 기회”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자원 의존도 및 편중도가 특히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수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자원 무기화가 현실이 됐을 때 과거 요소수 사태처럼 경제적 충격을 넘어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안보적 측면에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광물 매장지에 대한 협의뿐만 아니라 제련된 광물을 들여올 수 있는, 가공 프로세스를 갖춘 안정적인 공급처를 좀 더 빠르게 확보하는 등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이 수립·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MSP에 적극 참여해 회원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비회원국과도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연결망 구축을 위한 기회를 마련해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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