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정치인 속내, ‘이것’ 보면 알 수 있다

복잡한 정치인 속내, ‘이것’ 보면 알 수 있다

한동훈의 넥타이 정치학…광주서 ‘파란색’ 고른 이유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보란 듯 ‘빨간 넥타이’ 맨 이낙연·이상민
두쪽 난 개혁신당...이낙연·이준석 넥타이 색깔도 ‘따로 따로’
“어쩐지 쌍둥이 넥타이더라”… 안철수·윤석열의 단일화 시그널

기사승인 2024-03-06 06:00:10
넥타이 색조차 금기로 여겨지는 곳이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정치 무대에서 넥타이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다. 정치적 피아(彼我)를 식별하거나, 화합의 메시지를 표하는 ‘제2의 얼굴’이다. 정치인들은 상대 당의 상징색을 가슴에 품기도 하고, 자리마다 넥타이를 바꿔서 새로 매는 상황을 연출한다. 백 마디 말보다 특정한 상징을 지닌 넥타이색 하나로 속마음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사진=연합뉴스

한동훈의 넥타이 정치학…‘파란색’ 고른 이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넥타이 정치’의 대표주자격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화합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넥타이색을 달리하는 경우가 포착되면서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의 입당식에서 민주당 상징색인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김 전 부의장은 ‘친명(친이재명) 공천’에 반발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처음 우리 당에 온 김 부의장을 환영하고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평소 즐겨 하던 붉은색 넥타이가 아닌 청록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앞서 오전에 방문한 5·18 민주묘지에선 검정 넥타이를 착용했지만, 광주 신년회에선 푸른색 계열 넥타이로 바꿔 맨 것이다.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진보 심장’으로 꼽히는 광주 민심을 고려해 붉은색 넥타이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가 여야 진영을 넘은 포용의 정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합리적 진보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 중도·무당층 표심 공략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소통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보란 듯 ‘빨간 넥타이’ 맨 이낙연·이상민

상대 당을 상징하는 ‘금기의 넥타이색’을 통해 변화한 정치적 신념과 새로운 결단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월11일 ‘민주 블루’와 대비되는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채 국회 소통관에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이자 24년을 민주당에 몸 담았던 그는 이날 민주당과 이별을 고했다.

탈당 배경으로는 ‘민주당의 변질’을 꼽았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이상민 전 민주당 의원도 과감하게 넥타이색을 바꿔 맸다. 그는 지난 1월8일 국민의힘 당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입당식에 참석했다. 새롭게 둥지를 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넥타이 정치학’을 직접 언급하며, 국민의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 있다 보니까 애써 파란색 일색으로, 빨간색을 매는 건 금기사항이었다”며 “집사람이 골라준 색인데 사실 좀 머뭇거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마음의 장벽과 경계가 있었구나라고 느꼈다”며 “사실은 참 부질없는 것 아니겠나. 이걸 허물고 소통하고 융합하고 해야 하는데, 저 자신부터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경계하고 담벼락을 놓았다”고 말했다. 

이준석·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개혁신당 당색인 오렌지색 넥타이를 착용했지만, 이낙연 공동대표는 새로운미래 측 당색인 남색과 오렌지색이 사선으로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연합뉴스

두쪽 난 개혁신당…이낙연·이준석 넥타이 색깔도 ‘따로 따로’

개혁신당 깃발 아래 뭉친 ‘낙준연대’의 파국 조짐도 넥타이를 통해 드러났다. 이낙연·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19일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에서 각자 다른 색의 넥타이를 매고 왔다. 이준석 대표는 당색인 오렌지색 넥타이를 착용한 반면, 이낙연 대표는 새로운미래 측의 당색인 남색과 개혁신당 오렌지색이 사선으로 섞인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고 왔다. 총선 선거운동 주도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공천 문제 등을 두고 양측이 마찰을 빚은 직후인 만큼, 분당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들은 결국 합당 11일 만에 ‘초고속 결별’을 했다.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 다음 날인 2월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어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 역시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께 사과드린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며 합당 파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 가장 소중한 분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했던 것은 아닌지 오늘 만큼은 앞으로의 대한 호언장담보다는 국민께 겸허한 성찰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어쩐지 쌍둥이 넥타이더라”… 안철수·윤석열의 단일화 시그널

반면 넥타이로 ‘물밑 연대’를 암시한 이들이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22년 3월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어두운 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무대에 올랐다. 안 후보는 국민의당 상징 색인 주황색 대신 국민의힘 상징 색인 진홍색의 단색 넥타이를 맸다.

양측 관계자들은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국민의힘 당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했지만 단일화에 대한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먼저 윤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한 만큼, TV토론에서도 넥타이를 통해 단일화의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토론 다음날인 3일 두 사람은 새벽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이들은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도 두 사람은 비슷한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윤 후보는 짙은 감색 정장에 분홍색 넥타이를, 안 후보는 검정 정장에 어두운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