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다 희생된 공무원 애도기간 갖는다

김포시,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다 희생된 공무원 애도기간 갖는다

시청 본관 앞 추모공간 마련하고 6일부터 8일까지 검은 리본 착용 등
진상조사 및 경찰고발 추진, 공무원 민원대응 종합대책도 마련키로

기사승인 2024-03-06 18:19:40
한 공무원의 명복을 비는 글귀가 내걸린 김포시청 본관 정문

6일 경기도 김포시청 본관 앞에는 전에 없던 추모공간이 설치됐다. 그리고 본관 정문에는 ‘소중한 동료 주무관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대형 글귀가 내걸렸다.

김포시가 전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한 공무원을 애도하기 위해서 6일부터 8일까지 애도기간을 정하고서 취한 조치다. 특별히 시청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하기 위한 의도를 담았다.

김포시에 따르면 한강로 포트홀 보수공사를 담당하던 공무원은 최근 업무에 따른 악성 민원과 댓글 등으로 큰 심적 부담을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시는 공무상 재해 인정 등이 성립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유가족과의 소통에 나섰다. 아울러 유가족 및 공무원노조와 함께 법적 대응을 위한 진상조사 및 경찰고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김포시는 공무원 민원대응 매뉴얼을 보강하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시행 중인 민원담당 공무원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김병수 시장은 “일어나서는 안 될 안타까운 일이 우리 김포시에서 발생했다”면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해 온 가족이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것에 대해 김포시 전 공무원은 충격과 슬픔 속에 잠겨 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또 “김포시는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서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고, 공무원들도 검은 리본과 검은색 착장으로 애도를 표하고자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에 법적 대응할 것이다. 나아가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업무 차 시청에 왔다가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은 “우리 고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가슴 아프면서도 화가 난다”며 “나 또한 평소 공무원에게 갑질을 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포시 공무원노동조합은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노조 차원의 재발방지책과 공무원 인권보호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새 생명이 피어야 할 계절에, 도리어 저물어버린 한 직원의 비보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공무원에 합격해서 기뻤을 것이고, 갓 시작한 사회생활을 잘 하자고 각오를 다졌을 그는 나의 아들, 또래 친구, 또는 나 자신의 과거 모습”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면서 “개인신상 좌표찍기 악플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할 뿐”이라면서 “김포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시청 소속 30대 9급 공무원은 5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시 서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공무원은 지난달 관내 도로의 포트홀 보수공사와 관련해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공개된 뒤 악성 댓글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포=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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