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금호석유화학과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첨예한 장외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요구를 놓고 양측이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11일 차파트너스는 소수주주의 자사주 소각 요구가 사실상 박철완 전 상무를 대리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측 주장에 대해 2009년 박 회장의 주장으로 반박 자료를 냈다.
앞서 박철완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특별관계인이 된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정관 변경안, 올해 말까지 기보유 자사주(지분 18.4%)의 50%를 소각한 뒤 내년 말까지 나머지 50%를 소각하는 안 등을 이번 정기주총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바 있으나, 박 회장 측은 3년간 50%만 소각하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차파트너스는 입장문에서 “이번 주주제안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지난 2009년 박찬구 회장은 본인의 형인 박삼구 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이사회에 송부한 서신에서 ‘주주 간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회사의 이사회가 지분율의 현격한 변경을 가져오는 행동을 하는 것은 불법’, ‘자사주를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나 그 측근 또는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7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이사회가 박찬구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불거진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난’ 당시 박 회장이 이사들에게 자사주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했던 서신을 토대로 현 시점 자사주 전량 소각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금호석화는 같은 날 반박 입장문을 내고 차파트너스의 주장이 “무지의 소치”라며 재반박했다.
금호석화는 “2009년 당시는 금호석화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하려던 박찬구 회장과, 이에 맞서 경영권 분쟁 중이던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본부장(현 금호건설 사장) 및 박철완 측이 금호석화의 자회사 및 공익재단을 동원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모회사인 금호석화에 손실을 입히는 행위를 서슴지 않던 시기”라고 주장했다.
박찬구 회장의 당시 행동은 박 전 상무 등에 대한 경고였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여파로 큰 손실을 안고 워크아웃에 들어갔음에도 박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빠른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금호석화 측의 설명이다.
금호석화는 “그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주장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차파트너스가) 박 전 상무를 대리하는 행위는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호석화는 그간 차파트너스가 제기해 온 현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서도 별도 자료를 통해 “2021년을 기점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전원 교체됐으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등 독립성을 높였다”고 반박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