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교수도 예외 없다”…행정명령 예고에 의료계 ‘탄식’

尹 “교수도 예외 없다”…행정명령 예고에 의료계 ‘탄식’

기사승인 2024-03-13 11:00:0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료진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긴급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집단사직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행정명령을 내리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가 이어지면서 의료계 반감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의 무지막지한 정책 추진에 병원 탈출을 결심한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의료개혁은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며 “응급 환자 및 중증 환자에 대해 빈틈없는 비상 대응을 하라”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법을 위반해 현장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은 교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진료유지명령이라든지 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려 현장에 사직서를 내지 않는 게 가장 최선이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여러 법적 절차를 거쳐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게 지금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에게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법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지금 한다 안 한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 부분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행정명령’까지 거론하며 사전 차단에 나선 모양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먼저 집단사직 물꼬를 틀면서 교수 집단행동이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진정성 있는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에 의료계 반발심이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환자 진료에 매진키로 마음먹은 이들마저도 이번에 목격한 무지막지한 정책 추진과 왜곡 선전, 선정적 언론에 마음을 바꿔 병원 탈출을 결심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은 의료진들은 허탈한 심정이다.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당직근무에 더 투입되는 등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데,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고 ‘법적 대응’ 화살만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정부에서 ‘교수들도 예외 없다’며 마치 범법자처럼 얘기하니까 교수들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격앙되는 분위기가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전공의 이탈 이후 외래진료를 감당하며 2~3일에 한 번씩 당직근무를 서고 있다. 집에 못 가는 교수들도 있다”며 “다들 점점 지쳐가고 있는데, 정부가 토끼몰이 하듯 몰아가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도 “행정명령이 교수들에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공의들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상황에서 교수들 집단사직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체력적으로 소진돼서든 정부 정책에 실망해서든 떠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의료 현장에 남아있는 교수들마저 떠나면 의료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수들이 떠나면 인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며 “교수들은 외래 예약도 있기 때문에 전공의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갈 순 없겠지만, 점진적으로 떠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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