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과거 ‘5‧18 실언’을 한 도태우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에 대해 공천 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선 호남 정서가 강한 일부 수도권 지역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고 전망했다.
1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날 도 후보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 적격 판정을 받았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도 후보 공천을 재고해달라고 밝혔으나 공관위는 격론을 벌인 끝에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결정 이유로 사과의 진정성을 꼽았다.
장 총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 눈높이와 사과에 진정성이 있는지, 5‧18 민주화정신에 대한 도 후보의 확고한 입장이 무엇인지 살폈다”며 “현역 의원을 결선까지 가서 물리치고 두 번의 사과와 변화된 입장까지 밝혔기 때문에 그러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앞서 도 후보는 지난 2019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5‧18은 자유민주화 요소가 있지만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공관위의 도 후보 공천 유지 결정은 대구‧경북(TK) 지지층 반발과 타 예비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 후보는 현역 의원을 경선 과정에서 꺾었다. 경선 결과를 뒤집고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TK에서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 타 예비후보들이 발언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도 후보만 배제하는 건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도 후보를 배제하면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장예찬 부산 수영구 예비후보는 최근 페이스북에 ‘난교 실언’을 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성일종 의원도 이토 히로부미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비판 대상이 됐다.
도 후보의 공천을 유지한 것에 대해 당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뒤따른다. 이 같은 결정이 총선을 한 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도권 표심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도권에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며 “격전지 민심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사과문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있었는데 1차는 변명문에 가까웠고 2차는 그 내용과 너무 달랐다”며 “국민들이 이를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볼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당의 대처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발언은 옛날에 한 것이고 우리 당의 대응이 문제”라며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은 5‧18 민주화운동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반 중도층이 볼 때도 당의 5‧18 민주화운동 인식을 저렇게 밖에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최근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했는데 이런 걸 다양성으로 포장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