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표 대결, 배당안 통과·정관 변경은 부결

고려아연 주총 표 대결, 배당안 통과·정관 변경은 부결

기사승인 2024-03-19 15:44:08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였던 고려아연-영풍의 갈등이 정기주주총회를 놓고 촉발된 가운데, 실제 주총에서 주요 이슈였던 배당안은 고려아연 주장대로 통과됐지만 일부 안건이 부결됐다.

고려아연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2023년도 재무제표 승인안, 정관 일부 변경안, 이사·감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2대 경영 체제에서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하고 있다.

주총을 앞둔 지난달 고려아연은 5000원의 결산 배당을 통해 지난해 주당 1만5000원의 현금배당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공시했지만, 영풍 측은 배당액이 전년(2만원) 대비 감소해 배당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반대한 바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2%를,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약 32%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날 주총 표 대결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표 대결 결과, 1호 안건이었던 배당 관련 결의안은 61.4%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서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1호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점이 배당안 가결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2-2호 안건으로 올라온 정관 변경의 건은 53.0%의 찬성을 받았음에도 부결됐다. 특별결의 사항인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통과된다.

이 안건의 내용은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기존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고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도입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려는 것이며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이차전지 소재 등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금 확보와 협력 기업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영풍 측은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고, 주총을 통해 저지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2-2호 안건(정관 변경)을 통해 유상증자가 이뤄져 기존 지분이 희석되면 영풍 측 지분율이 줄고 고려아연 측이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분 경쟁 이슈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최윤범 회장을 사내이사로, 장형진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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