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사실상 중간 평가다. 정권의 남은 임기의 향배가 걸렸다고 할 만큼 여야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 중이며, 격전지 또한 적지 않다. 마포·용산·성동 등을 포함한 ‘한강 벨트’를 비롯해 민주당 현역과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낙동강 벨트’,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까지 곳곳이 치열한 선거 전쟁터다. 쿠키뉴스는 주목되는 선거구 현장을 찾아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전하고자 한다. 총선 대진표가 마무리된 시점에 각 지역구 후보에 대한 선호도와 한국정치를 향한 시민의 의견도 함께 담겠다. (편집자 주)
이번 총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이른바 ‘한강벨트’에 여야가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여야는 ‘스윙보터’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마포갑에 영입 인재를 내세워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서울 마포갑은 마치 ‘38선’ 같은 지역이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표심이 엎치락뒤치락하곤 했기 때문이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마포갑 7개 모든 동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2년 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전체 동에서 더 많이 득표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2년 사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구의 부동산값이 폭등하며 민심이 보수화됐다는 평가다.
마포갑에 출사표를 던진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이지은 전 총경 근 40년만의 ‘새 얼굴’이다. 이 지역구에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4선을 지냈고, 그의 부친 노승환 전 국회의장이 5선을 지냈다. 도합 9선을 노 부자(父子)가 지켜온 셈이다. 이번 공천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노 의원이 컷오프되며 소위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국민의힘 후보인 조 의원은 공인회계사 출신인 그는 15년간 세계은행 근무 경력이 있는 경제 전문가다. 지난 2023년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영입한 총선 ‘1호 인재’이기도 하다.
민주당 후보인 이 전 총경은 여성 최초 지구대장 출신 총경으로 ‘11호 인재’로 영입된 인사다. 과거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설립 반대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 전 총경은 20년째 마포에서 거주 중이기도 하다.
주민들도 새로운 얼굴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염리동에서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김모씨(87·남)는 “노 씨가 그만 당선될 때도 됐다”며 “새 인물들이 나와 활력이 더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흥역 인근 주민센터에서 만난 김모씨(54·여)도 “(노 의원의 컷오프가) 이유가 있으니 바뀐 것이라 생각한다”며 “선수 교체가 된 셈이니 전보다 더 능력 있는 후보들이 온 것 아닌가. 누가 돼도 좋다”고 평가했다.
두 후보는 마포갑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부동산 이슈를 꼽았다. 마포갑은 집값 걱정과 재개발 걱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곳이다. 한강이 보이는 고가 아파트도 많지만, 좁은 골목과 높은 언덕에 위치한 오래된 집들도 많다.
실제로 대흥역 인근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37·남)은 “동네에 근 3년 사이 빌라만 50채 넘게 생겼다. 지금도 여기저기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동네가 많이 어수선하다”며 “이를 깔끔하고 빠르게 정리해 줄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날 대흥동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 “주민들이 마포의 발전과 개발에 더 관심이 많다. 여의도 문법에 크게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마포의 발전을 완성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경도 같은 날 오후 공덕역에서 “이 지역은 5개 동 정도에 걸쳐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있다”며 “재개발의 취지는 노화되어 위험한 건물에 사는 분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않냐.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신속 처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개발과 동시에 ‘교육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서강대에서 만난 공덕 주민 임모씨(49·여)는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교육을 중요하다”며 “각 후보의 공약을 교육문화지원 위주로 살펴보고 선택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마포를 ‘교육특구’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이곳은 교육 환경이 특히 열악하다. 학교 과밀, 인문계 고등학교 부족 문제 등으로 학군 유학 가는 경우도 많다”며 “초등학교까지만 살고 이사 가는, 교육 때문에 떠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이 전 총경도 ‘미래형 원스톱 교육특구’ 조성을 제안했다. 인근 4개 대학(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과 지역 내 고등학교를 연계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진로‧진학 지원을 위한 미래교육혁신센터 및 진로직업체험센터를 운영하겠다 구상이다.
한편 양당 지도부는 마포갑 지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과 19일 차례로 마포갑 지역을 방문해 두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조 의원은 “지하철 출퇴근길 인사를 하며 거리에서 만나는 분들 얼굴을 최대한 많이 기억하려 노력 중”이라며 “그분들을 위해 더 겸손하게 의정활동을 할 것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다짐했다.
이 전 총경도 “3월 초만 해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이 박빙이었는데, 최근 제가 조금 더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그러나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끝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