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잘리고 멍들고…러시아 테러 피의자, 만신창이 된 이유는

귀 잘리고 멍들고…러시아 테러 피의자, 만신창이 된 이유는

기사승인 2024-03-25 19:10:42
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인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가 25일 모스크바 바스만니 지방법원의 유리로 된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총격·방화 테러를 일으킨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들이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러시아군으로부터 혹독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테러 사건의 피의자 4명이 법정에 출석했다. 피의자들은 얼굴에 멍이 들어 있거나 붕대를 감은 채로 출석했다.

특히 피의자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는 왼쪽 귀에 붕대를 커다랗게 묶은 모습이었다.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와 딜레르존 미르조예프(32), 샴시딘 파리두니(25) 역시 얼굴에 고문 흔적으로 보이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같은 날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 텔레그램 및 SNS 채널에는 러시아군이 피의자 4명을 구타, 고문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망치와 전기충격기 등을 이용해 구타, 고문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는 귀가 잘리는 고문을 당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일부러 고문 영상을 흘린 것 추측과 함께, 불필요한 잔혹 행위라는 지탄이 나왔다.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이번 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분명하다”며 “만약 이들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전부 있다면 왜 당국이 이들을 고문하겠는가. 이는 푸틴 대통령과 당국에 유리한 버전의 증언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우크라이나로 몰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미국은 해당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는 자체 정보를 공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해당 정보를 부인,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화재 테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137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다쳤다. IS의 분파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테러 배후를 자처했다. ISIS-K는 조직원 상당수가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러시아에 거주하면서 일하는 이들이 다수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에서도 피의자 네명 모두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미르조예프, 라차발리조다, 파리두니는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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