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다이나믹 듀오 “‘다듀 음악’이 우리 정체성” [쿠키인터뷰]

20주년 다이나믹 듀오 “‘다듀 음악’이 우리 정체성”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3-28 08:00:02
힙합 가수 다이나믹 듀오. 아메바컬쳐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반에서 가장 큰 소년과 제일 작던 소년은 매일 찰싹 붙어 다녔다. 키만큼이나 성격도 참 달랐던 두 아이의 이음새는 당시 유행하던 한 영화 캐릭터를 본뜬 가품 장난감. 어설픈 만듦새에 킥킥대다 보니 금세 단짝이 됐다. 이런 둘의 운명을 바꾼 계기가 등장한다. IMF 여파로 유학생활을 접고 돌아온 동네 형이 건넨, ‘물 건너온’ 음악 CD. 두 아이는 직감했다. 서로 음악 취향이 딱 맞는단 걸.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 아메바컬쳐 사옥에서 만난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최자가 들려준 어린 날의 이야기다. 과거를 회상하는 노래 ‘고백’(Go back)이 떠오른다고 하자 둘은 경쾌히 웃으며 답했다. “요즘 친구들은 그 노래도 모르던데요? 하하!”

전국 대학교 축제를 숨 가쁘게 오가며 다이나믹 듀오는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생생히 느낀다. 이들이 데뷔한 지도 어언 20년. 힙합 크루 CB Mass로 활동한 기간까지 합하면 더욱 긴 시간을 함께했다. 2004년 정규 1집 ‘택시 드라이버’를 발매한 이들은 데뷔곡 ‘링 마이 벨’(Ring My Bell)로 당시 음악 차트를 장악했다. 이후에도 늘 탄탄대로였다. 데뷔 후 줄곧 최정상을 지켜왔다는 말에 이들은 “최정상까진 아니”라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잘 안 될지라도 꾸준히 앨범을 내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돌아봤다. “혼자가 아닌 둘이어서 오래 활동할 수 있었다”(최자)는 말도 따라붙었다.

신보 ‘투 키즈 온 더 블록’(2 Kids On The Block)은 다이나믹 듀오가 발표하는 10번째 정규음반이자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결과물이다. “정규 앨범이 줄어드는 요즘 시장에 정규 10집을 낸 거잖아요. 그 자체만으로도 저희에겐 만족스러울 수밖에요.”(최자) “20주년인 해에 10집까지 마무리하니까 기분이 색다르더라고요.”(개코) 발매를 앞두고 희소식도 있었다. 지난해 ‘에아오’(AEAO)가 9년 만에 역주행하고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미션 곡인 ‘스모크’(Smoke)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다이나믹 듀오. 아메바컬쳐

어린 시절 인연은 그룹 활동을 넘어 회사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개코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고 모든 것을 알고자 하지 않는 배려심이 친분 비결”이라고 했다. 최자도 “우린 위성처럼 거리감을 잘 유지면서도 점점 더 커진 구심력으로 인해 더욱 벗어나기 힘든 사이가 됐다”고 거들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호흡도 척척 맞아 보였다. 두 사람은 “음악 작업도 이처럼 빈 부분을 서로 채우며 한다”면서 “각자가 잘하는 쪽으로 최적화된 관계”라고 자부했다.

이들은 처음 다이나믹 듀오를 결성하며 단순 명확한 꿈을 꿨다고 한다. “뚜렷한 성취를 이루려 하기보다는 오래 활동하는 그룹이 되고 싶었다”고 말을 잇던 개코는 “(가요계에서) 강퇴되기 전엔 은퇴하지 말자는 말도 나눴다”고 돌아봤다. 늘 좋은 결과를 얻은 듯한 두 사람에게도 나름의 고민은 있었다. “최근까지도 일을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회사를 세운 지 오래여도 여전히 음악은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거든요.”(최자) 비슷한 시기 데뷔한 힙합 가수 중 현재까지 활동 중인 건 에픽하이와 타이거JK뿐. 이들은 다이나믹 듀오의 든든한 동반자다. “지금은 다 서로 응원하는 사이예요. 세월이 흐를 만큼 흐르니까 이젠 서로에게 삐지지도 않아요. 하하.”(개코)

‘고백’(2005)에서 지난 시간을 회고하던 스물여섯 청년들은 마흔셋이 돼 다시 한번 세월을 돌아본다. 신보 타이틀 ‘피타파’를 통해서다. 피자·타코·파스타에서 따온 가벼운 제목과 달리 이들의 가수 인생을 시간 순으로 펼치고 미래를 바라보는 곡이다. 수록곡 ‘나인틴’으로는 “음악이 너무도 하고 싶던”(개코)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한다. 많은 이들이 이들의 작업에 힘을 보탰다. 배우 이병헌, 정만식을 비롯해 피식대학과 그레이, 코드쿤스트, 토일, 크러쉬, pH-1, 비와이 등이 내레이션과 프로듀싱,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정만식은 내레이션만 25개 버전을 보내줄 정도로 열성이었다고 한다. 이병헌 역시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보내왔단다.

다이나믹 듀오. 아메바컬쳐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다이나믹 듀오는 시간의 흐름을 체감한다. 매일 새 음악이 쏟아지는 시대에도 이들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개코) “다이나믹 듀오 같은 노래”(최자)를 고수하기 위해 애쓴다. 개코는 “취향대로 음악을 만들다 보면 시대가 돌고 돌아 우리 음악이 다시 조명받는다”고 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다듀 음악’의 핵심은 목소리다. “두 명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나와서 한 곡을 완성하는 게 우리 정체성”이라고 설명하던 개코는 “개성을 살리면서도 가사는 꼭 들리게 부르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배 가수들에게도 이 같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Mnet ‘쇼 미 더 머니’에 꾸준히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매 시즌 주목할 만한 친구들과 만나며 영감을 얻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무 해를 지나온 다이나믹 듀오는 흐르는 세월을 유영하며 살아남는 가수를 꿈꾼다.

“둘 중 한 명이 못 걷는 날이 와도 휠체어를 타거나 수액을 맞으면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제임스 브라운처럼 죽기 전까지 공연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죠.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요. 불러주기만 한다면 언제든 무대에 서야죠. 그럴 겁니다.”(최자)

“힙합 음악은 젊다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미국에서도 과거부터 활동하던 힙합 아티스트들이 왕성하게 음악을 발표하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다 보면 저희도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진 않아요. 그저 건강하겠습니다.”(개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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