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사실상 중간 평가다. 정권의 남은 임기의 향배가 걸렸다고 할 만큼 여야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 중이며, 격전지 또한 적지 않다. 마포·용산·성동 등을 포함한 ‘한강 벨트’를 비롯해 민주당 현역과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낙동강 벨트’,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까지 곳곳이 치열한 선거 전쟁터다. 쿠키뉴스는 주목되는 선거구 현장을 찾아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전하고자 한다. 총선 대진표가 마무리된 시점에 각 지역구 후보에 대한 선호도와 한국정치를 향한 시민의 의견도 함께 담겠다. (편집자 주)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여야 당대표는 ‘한강 벨트’ 사수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한강벨트 첫머리 격이 되는 광진갑에서는 친윤 대 친명 ‘0선 루키’ 매치가 벌어졌다.
광진갑 대진 구도는 소위 지난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 여야 대선 후보의 대변인이 맞붙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후보는 2년 전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재작년에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에, 작년에는 최고위원에 선임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정헌 후보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과 미디어센터장을 맡았다. 이 후보는 광주MBC, JTBC, 중앙일보 등을 거쳐 5년여 동안 JTBC 앵커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광진갑은 진보 약우세 지역이다. 제13대 총선부터 현재까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총 9번의 총선 중 7번을 진보·민주 계열 정당이 승리했다. 그러나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4만8735표(47.55%)를, 이재명 후보가 4만8779표(47.59%)를 얻어 초박빙 양상을 보였다. 직후 이뤄진 지방선거 광진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이기기도 했다.
광진갑은 이곳 현역 전혜숙 의원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광진갑에서 3선을 지낸 전혜숙 의원이 경선에서 낙선하고 민주당을 탈당하면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전 의원(득표율 53.68%)과 맞붙은 경험이 있는 김 후보(40.60%)에게 호재인 셈이다. 현역 의원 대신 ‘0선’ 이 후보가 나오게 되면서 국민의힘에 가능성이 생겼다는 평가다. 특히 전 의원이 민주당의 ‘비명횡사’를 지적하며 탈당했기 때문에 친명 이 후보는 ‘물갈이’ 효과를 받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곡4동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정모씨(60·여)는 “이곳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며 “이 지역에 오래 있던 전혜숙 의원이 날아가서(컷오프돼서) 이번엔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차산역에서 만난 김모씨(76·남)도 “(민주당이) 이번에 공천 때문에 시끄러웠지 않나”며 “전 의원이 있으면 또 당선됐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시끌시끌해서 (누가 이길지) 잘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지역 주민들은 김 후보에 대해 ‘동네 사람’임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초·중·고 학창 시절을 모두 광진구에서 보낸 토박이다. 광장동에 거주 중인 오모씨(34·남)는 “인근을 지나가다 보면 ‘김병민TV’라는 간판이 보일 것”이라며 “그만큼 익숙하기 때문에 이번엔 뽑아주고 싶다”고 했다. 광진구에 위치한 신성종합시장에서 만난 박모씨(55·여)도 “광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여기서 쭉 살아온 사람이 지역 일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민심은 민주당을 향해 있는 모양새였다. 군자역에서 만난 배모씨(31·여)는 “이번에 (현역 의원이 그대로 출마할 줄 알았는데) 민주당 후보가 바뀌었다고 들었다”면서도 “그런 것과 상관없이 원래 지지하던 민주당을 찍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세종대 인근에서 거주 중인 이모씨(26·여)도 “지금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28일 총선 출정식에서 △노인종합복지관 건설 △시립 어린이병원 유치 △광진 재건축·재개발 TF 설치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 광진구 발전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달려있다”며 “광진의 오래된 도시계획, 낡은 규제를 오세훈 서울시장, 김경호 광진구청장과 손잡고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도 같은 날 총선 출정식을 가지고 △광진 세무서 설치 △광진 공공산후조리원 △광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다. 그는 “광진구는 같은 서울인데도 발전 과정에서 소외됐다. 여전히 개발과 성장 속도가 느리다”며 “이제는 새롭고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광진구민 곁에서 늘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