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에 집중하던 시중은행들이 현 정부 들어 동유럽 지역에서 사무소를 개설을 비롯해 법인 설립 등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폴란드를 방문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민관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5일 폴란드 페카오은행과 코리아데스크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페카오은행은 폴란드 현지 2위(자산기준) 은행으로, IB, 기업금융, 무역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022년 10월 런던지점이 페카오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바 있다. 이후 페카오은행에 코리아데스크 설치 관련 협의를 지속 추진한 결과 계약 체결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리아데스크 설치로 동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양사의 확고한 협력 의지를 바탕으로 폴란드 진출 한국계 기업 및 협력사에 대해 현지 통화 대출 등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유럽 진출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21일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앞서 지난 2008년 체코 오스트라바에 사무소를 개설했던 하나은행은 부다페스트 사무소를 통해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에 맞춘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2014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 폴란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처럼 은행들이 동유럽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동유럽과의 교류를 늘려나가며 현지 법인을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동유럽 중심에 위치한 국가로 ‘글로벌 2차전지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포스코홀딩스(재활용품 공장), SKC(동박 공장) 등이 진출했다.
여기에 하나은행이 진출한 헝가리도 세계 4위의 배터리 생산기지로 최근 이차전지 분야를 중심으로 그린필드형(용지 직접 매입 사업장 신규건설) 해외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정책금융기관 및 시중은행과 폴란드를 직접 찾아 국내 금융사의 진출 및 현지화 지원에 나섰다. 금융위원장이 폴란드 등 동유럽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시아를 넘어 동유럽으로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로 진출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현지 금융 수요가 급증하는 등 시장성이 커짐에 따라 은행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무소를 확장하는 등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