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악당”으로…여야 수장 ‘막말’이 부른 나비효과 [2024 총선 말말말]

“쓰레기”가 “악당”으로…여야 수장 ‘막말’이 부른 나비효과 [2024 총선 말말말]

“쓰레기”·“국민 염장”…여야 지도부 주말 새 막말 공방
수장發 네거티브전이 지역구 후보에게도 영향 미쳐
전문가 “네거티브전 심화될수록 중도층은 반감으로 이어져”

기사승인 2024-04-02 14:00:16

‘말에도 뼈가 있다’라는 격언처럼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는 단순히 그 의미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온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선거 판세에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한다. SNS 등 미디어의 확산으로 그 범위는 끝없이 넓어지고 있는데 그 말에 집중하면 정치 판세를 읽을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나오는 정치인들의 말들을 여과 없이 소개한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편집자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4·10 총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수장들의 막말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도부가 ‘네거티브’에 앞장서자 각 당 후보자들의 입도 함께 거칠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열된 네거티브전이 중도층의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쓰레기’ 발언을 직격했다. 그는 “지난 주말부터 여당 지도부들의 발언 내용을 보면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며 “막말이 아니고 일부러 싸움을 거는 수준까지 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여야 대표는 지난 주말 서로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경기 부천에서 열린 총선 지원 유세에서 야권 후보들의 막말과 부동산 의혹 등을 거론하며 “정치 뭣같이 하는 사람을 경멸한다”, “쓰레기 같은 말”이라고 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두고 “정치 개 같이 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 대표도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유세에서 “정치인을 ‘머슴’이라고 지칭하니 비하 아니냐고 하는데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구청장, 시장까지 좀 비하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성동구 지원 유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논란’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국민들 염장을 지르고 있다.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말에 공감이 가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여야 수장들의 막말은 각 당 후보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낳았다. 현장 유세에 나선 후보자들의 발언도 함께 거칠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위원장의 막말을 비판하며 “정말 한심한 여당 대표와 후보들”이라며 “이러고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말하나. 역시 국민의힘의 본성은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영하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달 31일 오전 오리역 광장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은 악당”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 지지하는 사람들은 악당화한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지도부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는 ‘네거티브’를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하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문가는 오히려 네거티브전 과열이 중도층에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도층의 피로감이 반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에 “거대 양당 구조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네거티브가 빠질 수 없다”며 “다만 네거티브전은 정책·공약 논의가 아닌 상대방의 나쁜 점만 부각하기 때문에 극단의 정치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네거티브는 중도층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상대를 비판해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비전이나 정책 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네거티브전이 과열되면 될수록 중도층의 피로도는 올라가고 결국 반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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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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