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 중 대형항공사(FSC)를 중심으로 항공기에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를 사용하는 등 녹색비행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재정 여력이 부족한 저비용항공사(LCC)는 뚜렷한 사용 계획을 밝히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대한항공, GS(078930)칼텍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대한항공 미주노선 화물기 B777에 SAF 2%를 혼합한 항공유를 급유해 인천~LA를 6번 오가는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SAF 개발에 나섰다.
SAF는 동식물성 기름, 폐기물 등과 같은 친환경 연료로 생산되는 항공유로, 기존 등유를 사용하는 제트연료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약 80%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높고 제조업체가 적어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추세다.
문제는 EU가 내년부터 회원국 27개국 전역 공항에서 항공기에 기존 항공유에 SAF를 2% 혼합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해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점차 높아진다. 일본 역시 2030년까지 SAF 의무 사용 비율을 10%로 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샤를드골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SAF를 1% 넣도록 하고 있다.
EU의 방침을 따르지 못하는 항공사는 벌금 성격의 ‘환경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에 국내 항공사의 경우 대한항공이 해당 정책을 따르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파리~인천 노선에서 기존 항공유에 SAF를 1.5%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혼합비율을 더 늘리기 위해 국내 정유사와의 실증 운항도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026년부터 SAF를 공급받을 예정으로, 현재 환경부담금을 내고 있다.
항공사의 녹색비행 확대 움직임은 저비용항공사(LCC)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SAF 확대에 대한 방침은 뚜렷하지 않은 실정이다.
진에어는 사회·환경·지배구조(ESG) 경영의 방향성과 실천 의지를 담은 ESG 슬로건을 발표했지만, SAF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유럽 취항 길에 나선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운행을 앞두고 있지만, SAF 도입에 대해 아직 진행되는 부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행 시기가 내년이지만, 혼합 비율이 높지 않아서 검토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5년까지 유럽연합(EU)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친환경 항공연료(SAF) 사용이 의무화되는 것과 별개로 비용과 인력 등에 여건이 녹록지 않은 LCC 업계의 현실”이라며 “ESG 경영에는 큰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데, 특히 환경 부분은 더 많은 재무적·비재무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CC 업계가 환경부담금을 내더라도 높은 수준의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뒤 평가기관의 고도화된 요구사항에 맞춰 대응하려는 모습이 보이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