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마무리됐다. 이번 총선 결과로 정부가 강경하게 추진해왔던 의대정원 2000명 확대는 동력이 약화됐지만,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는 의료계로선 여전히 악재가 남아있어 향후 전개 방향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인 줄 알았던 여당 실체를 들여다보니 파시즘에 동조하는 영혼 없는 정당이었다”며 “이제는 김윤이란 자가 국회의원이 됐고 그가 발의하는 법안이 민주당 당족으로 통과가 가능한 시대를 살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들을 괴롭히던 정당이 참패했음에도 의사들의 마음이 오히려 더 힘들어진 이유”라며 “외면하거나 또는 바꾸거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이날 새벽 별다른 설명 없이 페이스북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미래는 36.67%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더불어민주연합은 26.6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총 46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국민의미래는 18석,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을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61석을 확보하면서 민주당과 민주연합이 175석을 확보해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더불어민주연합 측에는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야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다. 김 교수는 의대증원을 강하게 주장해 온 대표적인 의사 출신 보건의료인이다. 그는 향후 의대 신입생 수를 15년간 매년 45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야당의 지지기반을 이루는 대부분은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시민단체다. 이들은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인물들이다.
의료계는 강력한 의료 개혁 반대 입장을 내보이며 여당의 패배를 꿈꿔왔다. 하지만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에게 그와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야당 구성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특히 김 교수는 의협과의 악연이 길다. 최근 의협은 “최소 5500명의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30년 후에야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가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언급한 김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심의를 부의하기도 했다.
향후 여야와 의료계 사이에서 어떤 의대증원 합의안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의대증원과 관련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가 필요하며 규모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윤 교수도 규모에 대해선 조정이 가능하단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김윤 당선인은 지난달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그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사가 부족한 곳에 그 의사가 가게 하는 의료개혁”이라며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서 숫자를 조정하는 것도 저는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선이 확정된 이후 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로드맵을 투명한 공론의 장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논의하겠다”며 “의사도 환자 곁으로 돌아와 조건 없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