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올해는 동유럽에 이어 인도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시장 성장 잠재력이 뛰어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이 인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4월 초 학자금 대출 기업 ‘HDFC 크레딜라’와의 지분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도 금융시장 진출 확대에 나섰다.
이번 지분투자는 크레딜라가 증자를 진행하고 신한은행이 약 1억8000만 달러(USD)에 해당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크레딜라의 지분 약 10%를 취득하게 된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중 가장 빠른 1996년 인도에 진출 했고 현재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상혁 행장 취임 이후 인도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 본부의 순익은 100억원으로 전년(46억원) 대비 117%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지분투자를 계기로 인도에서의 리테일 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올해 초부터 인도 금융시장에 저변을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인도 금융당국의 인가 심사를 받고 첸나이와 푸네에 지점 설립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푸네와 첸나이 점포를 개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인도 푸네와 아마다바드에 신규 지점을 열 예정이다. 이미 첸나이와 구르가온(델리), 뭄바이 등 3곳에서 지점을 개설한 바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2개 지점 추가 개설을 위한 예비인가를 획득한 상태다. 개점이 완료되면 우리은행은 인도 전역에 총 5개 지점을 두게 된다. 여기에 하나은행도 뭄바이와 데바나할리에 지점 개설을 위해 현지 금융당국에 신고를 마치고, 인도 중앙은행 앞으로도 승인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승인이 날 경우 하나은행의 지점은 첸나이, 구루그람 2곳을 더해 총 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시중은행 뿐 아니라 다른 금융업권도 인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인도 투자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인도법인 설립 이후 지난해 5월 초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억5000만달러까지 늘리며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인도 현지 증권사인 쉐어칸 지분 100%를 BNP파라바로부터 3억루피(약 48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지분 투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 법인이 총 56개의 펀드와 24조5000억원 규모를 운용하는 인도 내 9위 운용사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만들었다.
한국의 핀테크기업이 인도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도 나타났다. 유일하게 한국에서 인도 금융시장 진출에 성공한 밸런스히어로는 인도 현지에서 모바일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수익이 본격화된 밸런스히어로는 지난해까지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이 116%에 달할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금융사들이 인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도는 지난 4월에 중국을 추월해 세계 최다 인구 국가로 올라섰다. 국민 대부분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인도는 약 14억명에 이르는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 중인 시장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이 인도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활발히 이어가는 점도 금융권이 주목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10년간 국내 은행이 설립한 해외 지점 25개 중 인도만 10곳에 달한다. 또 국가별 해외 점포 진출 규모에서도 인도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인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베트남에 이어 미국, 중국과 함께 두 번째로 국내 은행 점포 수가 많은 지역이었다. 지점 14개, 사무소 2개 등 총 16개다.
금융투자 시장의 잠재력도 충분하다. 모건스탠리는 인도 증시의 시가총액이 3조5000억달러로 세계 5위 규모로 성장했고, 앞으로 5조 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의 개인 증권 계좌는 2019년말 3600만개에서 3년여 만에 9000만개까지 불어나는 등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과의 갈등 장기화 영향으로 투자자들의 신흥 시장에 대한 관심이 인도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라며 “또한 인도 자체도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높고 투자가 활발하다 보니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이에 맞춰 금융사들도 함께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