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보통 가구는 월평균 544만원을 벌어 9.9%인 54만원을 빚 갚는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내 평균 보유 자산은 조사 이래 최초로 6억원을 돌파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기본 생활비인 식비, 교통비, 월세 만으로도 전체 소비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은 17일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금융생활과 핵심 트렌드를 분석한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공개했다. 신한은행은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조사 결과,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2년 연속 증가해 2016년 첫 조사 이래 처음으로 500만원대를 기록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최근 2년간 10.3%인 51만원이 증가했다. 2022년에는 가구소득 구간이 높을수록 소득이 많이 증가한 반면, 2023년에는 저소득층인 1~2구간(하위 40%) 증가율이 높았다.
월평균 소비액은 276만원으로 총소득(544만원)의 50.7%에 달했다. 2023년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2022년보다 4.4% 늘었지만 소비 지출은 5.7% 증가하며 소득보다 소비 증가율이 더 컸다.
기본 생활비가 전체 소비 64%
고물가 영향으로 생활비인 식비, 교통·통신비, 월세·관리비·공과금 지출이 139만원으로 월 소비액(276만원)의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식비와 월세 지출이 크게 늘었다. 식비는 2023년에 2022년보다 6만원 늘어 6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 소비액 276만원의 64%에 달한다. 월세·관리비·공과금은 4만원이 늘어 35만원을 지출했는데 전기·가스요금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구 내 평균 보유자산은 2021년부터 5억원대를 기록하다 2023년 처음으로 6억원대를 돌파했다. 자산 내 비중은 부동산 79.7%, 금융자산 13.6%, 기타자산 6.7%로 지난 3년간 유사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였다.
총자산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규모는 2023년에 4억 8035만원으로 2022년보다 1926만원 증가했다. 2022년에 전년 대비 11.4% 늘어난 반면, 2023년에는 4.2% 증가하면서 부동산 자산 상승세가 약화됐다.
2023년 41.8%였던 소득 내 저축 여력은 2022년 39.9%, 2023년에는 39.3%로 감소 추세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소비 지출과 부채 상환이 늘면서 저축, 투자 여력이 점점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제활동가구 64.8%가 부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2년까지 66%를 유지했던 것에서 2.0%p 하락한 수치다. 고금리 영향으로 부채 보유를 최소화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1만원 넘는 점심값…男 “구내식당 이용”·女 “식후 소비 줄여”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점심 한끼에 평균 1만원을 지출했고, 10명 중 7명이 점심값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남녀 모두 도시락을 쌌다. 남성은 구내식당, 편의점 간편식 등 식당에서 사 먹는 점심의 대체재를 찾은 반면, 여성은 커피, 디저트 등의 식후 소비를 줄이는데 노력했다.부업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자 16.9%는 본업 외 부업을 병행하는 N잡러였다. N잡러 절반은 3년차 이전에 N잡을 결심했고, 10명 중 2명은 취업하자마자 부업을 생각했다. 연령대별로 N잡의 활동 범위도 차이가 났는데, 20대는 전문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직에 나선 반면, 30대는 크리에이터·블로거로 활동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40대 이후로는 현직에서 쌓은 경력을 살려 문서컨설팅, 프로그래밍, 강의 등 전문성을 발휘하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2030대는 절반 이상이 올해 집값을 고점으로 생각해, 당장은 집을 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집을 살 계획이 있는 2030대의 76.5%는 2년 후에나 구매할 계획이었으며, 2년 내 부동산 구입 의향이 있다고 밝힌 23.5%는 대부분 실거주 목적이었다.
처음으로 내집 마련을 한 2030대 절반은 구입 당시 집값의 70% 이상을 대출 받거나 부모님 지원으로 충당했다. 현재 대출을 상환 중인 사람 10명 중 6~7명은 빚을 갚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전세 거주자의 거주주택 유형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전세 사기 위험이 큰 빌라/다세대주택의 거주자가 줄어든 반면, 아파트 거주자는 전년 대비 6.2%p 증가해 50%를 넘어섰다. 비교적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젊은 세대의 첫 보금자리가 되는 빌라의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월평균 총소득의 20% 이상을 대출 상환에 쓰고 있는데, 이는 또래 대비 2.2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설문 참가자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 세대 불문 ‘연봉’을 꼽았다. 2위는 ‘워라밸’로 특히 MZ세대 응답률이 25%에 다했다. 직장생활을 오래한 베이비부머세대는 복지, 개인의 성장 가능성, 회사의 비전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식 참석하면, 축의금 평균 11만원” 경조사비도 인플레이션
직장 상사와의 식사 시, 후배는 대부분 ‘상사가 내야 한다’ 또는 ‘번갈아 가면서 내지만 상사가 더 자주 내야 한다(72.1%)고 생각하고 상사 역시 ‘번갈아 가면서 내지만 상사가 더 자주 내야 한다’(63.6%)고 생각해, 상사와 후배의 의견차는 거의 없는 경향이 나타났다.
2030대는 경조사로 챙겨주는 액수보다는 참석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40대 이상은 적은 금액을 낸다면 참석하기보다는 봉투만 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결혼식 축의금 액수는 사회적 관계를 생각해 결정한다고 응답했다. 2030대는 청첩장을 받은 방식에 따라, 40대 이상은 내가 받은 금액만큼 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축의금에 대해서는, 참석 없이 봉투만 낸다면 평균 8만원을, 직접 참석한다면 평균 11만원을, 결혼식 장소가 호텔이라면 평균 12만원을 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축의금 또한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가 MZ와 X세대, 그리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지고 있는 경제생활, 대인관계에 대한 생각을 비교 분석해서 보여주고 있는 만큼 사회 구성원 간 이해와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자료가 되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경제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유익한 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하고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