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저출산→부동산 붕괴’ 악순환 굴레

‘집값 상승→저출산→부동산 붕괴’ 악순환 굴레

기사승인 2024-04-25 06:05:02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초초초저출산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초저출산을 뛰어넘어 부동산 붕괴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출산은 집값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집값 상승은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포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저출산 시대에 진입했다. 지난 2월25일 통계청의 ‘2023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은 0.65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집값’이다. 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주택가격(매매·전세)’의 출산율 기여도는 30.4%,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둘째 자녀의 경우에도 ‘주택가격 요인’이 28.7%로 가장 높았다.

주거 요인과 출산과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주거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가 거주보다 전세와 월세 거주 시 출산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세 거주자의 첫째 출산 가능성은 자가 거주자 대비 28.9%p, 월세 거주자는 55.7%p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청년들도 불안정한 주거 거주로 인해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결혼 4년 차 A씨는 “동물들도 둥지를 짓고 짝을 찾은 뒤에 애를 낳는다”라며 “집이 있어야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7년 연애 후 올해 초 결혼한 B(31)씨도 출산 계획을 미루고 있다. B씨는 “현대사회에서 집은 결혼의 시작이자 마침표”라며 “나날이 치솟는 집값은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라고 토로했다.
 
20대 청년 절반은 미래 계획에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16일 학술지 한국사회복지학에 올라온 ‘청년들은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이승진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 수료생·정익중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논문을 보면 다른 분야 계획은 있지만 결혼과 출산은 거의 계획하지 않는 청년이 50.4%로 절반을 차지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결혼을 안 하는 데는 집값 상승 영향이 있다”라며 “지난해 집값이 58% 상승할 동안 임금은 5.8% 올랐다. 이는 생색내기용”이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청년들이 참 불행한 시대”라며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약자인 청년들의 지원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집값 상승으로 인한 저출산 문제는 다시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204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빈집 증가와 집값 장기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초저출산‧초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 전역에 빈집은 850만호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주택 13.6%에 달하는 수준이다. 2023년에는 전체 주택 30%에 달하는 2167만호가 빈집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일본 도심 중심의 ‘고가 물건’은 임대료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나 지방에서는 빈집이 늘고 있다.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 도시생활학부 교수는 ‘인구구조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세미나에서 “도쿄 등 수도권의 고가 부동산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두 집 중 한 집은 빈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도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분양 가격은 최대 15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올해 분양한 아파트 중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한강’의 평당 분양가가 1억377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전남 장흥군 대덕읍 ‘대덕읍더포레스트에코파크’ 분양가(921만 원)의 약 15배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년들을 위한 맞춤 정책으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출산 인식이 많이 다르다”라며 “현재 정책은 청년 전체를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앞으로는 결혼·출산을 한 청년과 결혼·출산 의향이 있는 청년, 의향이 없는 청년으로 구분해 생애주기별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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