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가주택을 매입하는 데 혈안이 돼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LH 매입임대주택 공실수는 지난해 기준 5002호다. 공실률은 2.9%로 2020년(3.3%) 다음으로 높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5.6% △연립 3.6% △다가구 3.4% △오피스텔 2.9% △다세대 1.8% △기타 1.9% 순으로 공실률이 높았다.
주택 유형별 호당가격은 △다가구 1억4000만원 △다세대 2억6000만원 △아파트 3억7000만원 △오피스텔 3억원 △연립 2억8000만원 △기타 2억9000만원이다.
공실수와 호당가격을 곱하면 1조621억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매입임대주택은 이미 완공된 주택을 매입하는 ‘기축매입’과 민간과 사전에 약정을 맺고 준공 후 매입하는 ‘약정매입’으로 구분한다.
경실련은 공실이 많아진 이유를 약정매입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실련은 “약정매입주택은 민간업자들이 기존주택을 산 자리에 다세대 주택을 새로 지어 공급한다”라며 “신축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비용과 건축비 거품 등이 모두 매입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기축매입보다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LH가 최근 3년(2021~2023년)간 약정매입에 사용한 금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체 매입금액(10조8000억원)의 80%다. 기축매입금액(2조1000억원)의 4배다.
전체 매입금액 중 약정매입 비중은 △2021년 70% △2022년 88% △2023년 97%로 오른 반면에 기축매입은 30%, 12%, 3%로 줄었다.
약정매입 비중이 늘면서 호당 가격도 따라 올랐다. 같은 기간 호당가격은 △2조5000억원 △2조9000억원 △3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LH가 2021년 약정매입한 25평형 아파트는 같은해 입주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위례지구A-1 12BL 분양원가(3억4000만원) 보다 3억9000만원이나 비쌌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 실태 속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주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입임대주택 건설원가 이하매입 △신축약정매입 방식매입 전면 중단 △매입임대 주택 정보 공개 등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관해 LH는 “비교 사례로 언급된 SH 위례지구 A-1 12BL은 도심 외곽 그린벨트를 해제 후 수용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토지를 확보한 사례”라며 “공사 도심 내 주택을 매입하는 신축 매입약정사업과 단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위례지구 A-1 12BL 사업기간은 2018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로 코로나 및 공급망 위기 여파 등으로 건설 원자재가격 등이 급등한 2021년 이후 신축 매입약정 주택과는 시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실에 관해서도 “OECD 평균 공가율 5% 대비 낮은 3% 이내 공가율을 유지하고 있고 공실 발생 시 수요가 많은 유형으로 전환 및 임대 조건을 완화하는 등 공가 해소를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입주수요가 높은 지역에 고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매입임대 지원단가 상향을 정부와 지속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입임대 주택을 건설원가 이하로 매입하라는 요구에 관해선 “신축 매입약정사업은 사전 설계검토, 시공 단계별 품질점검 등 주택품질 향상을 통해 수요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전세난 해소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에 따라 매입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입가격 산정 시 감정평가 관련 법규에 따라 원가법에 의한 산출된 금액으로 평가금액 적정성을 검토하도록해 매입가격이 합리적으로 책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