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가족 상속자격 박탈하는 ‘구하라법’, 국회 소위 통과

학대 가족 상속자격 박탈하는 ‘구하라법’, 국회 소위 통과

기사승인 2024-05-07 19:38:45
김도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 2019년 사망한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같이 상속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법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사위 소위는 여야 의원들과 정부가 발의안 법안 10여건을 병합,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했다.

구하라법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정쟁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후 법무부가 지난 2022년 6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약 2년 만에 법안 처리를 목전에 두게 됐다.

이날 소위 통과에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친부모라도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 유산을 받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를 신설했다.

피상속인이 유언 등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미성년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등을 상속권 상실 선고의 사유로 명시했다.

아동학대 살해 미수에도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되도록 ‘아동학대 살해미수죄’를 신설하는 법안(아동학대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도 이날 소위를 통과했다.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아동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아동학대범에게 일반적인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되는데, 형법상 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미수범 감경’으로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아동을 살해하려 한 학대범은 법정형이 징역 7년 이상인 아동학대 살해미수 혐의로 처벌돼 무조건 실형 선고를 받게 된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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