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사회적 규제로 '성큼'…해외는 이미 완성 단계 [지속가능한 금융 ①]

탈탄소 사회적 규제로 '성큼'…해외는 이미 완성 단계 [지속가능한 금융 ①]

금융도 ‘탈탄소 시대’…미·EU 주도 하에 글로벌 금융사 ‘체질개선’
단순 공시를 넘어 ‘중요 결정사항’…‘탈탄소 금융’에서 뒤처진다면

기사승인 2024-05-11 06:00:28
RE100 홈페이지 캡쳐.

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로 자리잡는 가운데 환경(E)을 대표하는 탄소감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RE100에 가입한 금융사들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프로젝트의 재무성과를 넘어 이전의 전통적 금융산업에서 찾아볼 수 없던 ‘탈탄소 금융’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금융사들이 탈탄소 금융에 뛰어들게 된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 때문이다. 앞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태풍, 폭염 등의 기후문제의 주 원인이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배출로 지목되면서 2005년 ‘교토 의정서’가 발효됐다. 이후 2020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된 뒤 2021년 ‘파리협약’이 새롭게 채택돼 195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통적인 산업군 뿐 아니라 금융사들도 탄소배출 저감의 필요성이 생겨났다.

탈탄소를 위한 여러가지 협약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RE100이다. RE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글로벌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합의)를 말한다. 

최초의 시작은 2014년으로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 The Climate Group과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연합하면서 처음 개념이 정립됐다. 2024년 기준 RE100에 278개 기업들이 가입했으며, 이 중 금융사들은 59곳으로 약 2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ESG연구소 제공.

금융도 ‘탈탄소 시대’…미·EU 주도 하에 글로벌 금융사 ‘체질개선’

금융업은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종은 아니다. 이에 그동안 비교적 기후변화에 자유로운 경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한 점을 두고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전 영란은행(BOE) 총재 마크 카니가 “금융사들이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한다”며 유럽권의 ‘탈탄소 금융’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탈탄소 금융에 대한 태도 인식은 유럽과 미국의 금융당국들이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럽에서는 2025년부터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에 따라 기업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부터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공시 의무 적용 계획을 발표했다. 만약 거짓 공시가 이뤄지거나 공시가 불성실한 경우 기업에 페널티가 부과된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같은 변화에 RE100에 가입하거나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재빠르게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영국계 넷웨스트와 바클레이즈가 선도적으로 참가한 가운데 알리안츠, 도이체방크, HSBC, 스위스리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탄소 감축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미 2025년까지의 RE100 목표치를 대부분 달성했다. ‘2023년 RE100 연간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가장 먼저 RE100에 가입한 넷웨스트와 바클레이즈는 각각 98%, 100%의 이행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알리안츠(89%) 도이체방크(96%) 스위스리(100%), ING그룹(99.2%)이 높은 수준의 이행률을 보이고 있으며, HSBC(51%), 스탠다드차타드(44%)도 꾸준히 이행률을 높여가고 있다.

GHG프로토콜 기준에 따른 기업의 탄소배출 프로세스.   한국ESG연구소 제공

단순 공시를 넘어 ‘중요 결정사항’
 
RE100을 비롯한 ‘탈탄소 선언’은 단순히 그 회사 내의 탄소 배출 절감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선다. 특히 금융사들의 경우 거래 고객의 탄소배출량, 즉 금융배출량을 감축해야 할 의무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금융사의 특성에 기인한다. SBTi(과학기반목표이니셔티브)가 제시한 GHG(온실가스) 프로토콜 기준에 따르면 기업의 탄소배출 프로세스는 △스코프1(기업이 소유·통제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 △스코프2(기업이 구매·사용한 에너지원 생산 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 △스코프3(기업의 소유·통제 범위 외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로 구분된다. 

금융사는 RE100의 범위인 스코프 1과 스코프2 보다는 스코프3부문의 감축을 위한 활동이 강조된다. 금융업의 RE100 스코프 1·2 달성 의미는 매출단위당 전력비용이 큰 산업과 비교했을때 큰 의미가 없다. 이는 금융사들이 대출을 내준 기업들이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 할 수 있도록 자본의 흐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업계는 탈탄소 금융의 압박강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무디스, 피치,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평가에 이미 ESG를 반영하고 있다. 만약 한 기업이 ESG공시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 평가에 악영향을 받게된다. 

글로벌 투자의 기준된 ‘탈탄소’

투자부문에서도 탈탄소 유무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에 따르면 ESG규모는 2012년 13조3000억달러에서 2022년 30조3000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ESG 경영이 투자에 중요한 결정사항으로 반영된다. 

예컨대 유럽투자은행은 2022년부터 1kWh(킬로와트시)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250g 미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만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통상 석탄화력발전은 1kWh 당 최대 900g, 석유는 30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사실상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것.

APG(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가 한국의 탈탄소 금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한국전력은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APG는 “한전은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유 중인 한전 지분 6000만유로를 모두 매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더해 2022년 APG는 삼성전자·SK텔레콤·LG화학 등 국내 10개사에 탄소배출 감축 등 기후위기 적극 대응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만약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지분매각 등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적극적인 행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투자 과정에 있어서 기업들이 탈탄소에 대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만약 글로벌 기준에 맞춰 탈탄소 노력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투자 유치에 불이익을 얻는 등 패널티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금융사들도 이에 맞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기후 및 ESG 리스크 관리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기업 전반의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기회요인을 발굴하고 지속가능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 상임이사는 “지속가능경영 실천을 위한 금융기관 내부의 의사결정체계를 마련해야 글로벌 녹색금융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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