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발걸음 뗀 국내 금융사, RE100부터 SBTi까지 [지속가능한 금융 ②]

'탈탄소' 발걸음 뗀 국내 금융사, RE100부터 SBTi까지 [지속가능한 금융 ②]

국내 금융사 가운데 단 5곳만 RE100 참여
KB금융, 신한금융, 미래에셋, 삼성화재·생명
미참여 금융사, K-RE100·자체 탄소감축 대응

기사승인 2024-05-12 06:00:2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금융사들이 ESG 경영을 선두에 내세우며 탈탄소 금융을 위한 변화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금융지주를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 등이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한 상태다. 다만 국내 RE100 참여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미참여 금융사들은 자체적인 탄소중립 계획 수립이나 한국형 K-RE100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금융사 RE100 포문 연 미래에셋증권·KB금융…신한금융, 삼성생명·화재도 동참

국내 금융사들 가운데 RE100에 가입한 곳은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총 5곳 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과 KB금융이 지난 2021년 RE100에 가장 먼저 가입했다. 이후 신한금융과 삼성화재, 삼성생명이 2023년에 RE100에 참여했다.

RE100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SBTi(과학기반목표이니셔티브)가 제시한 GHG(온실가스) 프로토콜 기준에 따라 스코프1(기업 직접 배출량)과 스코프2(에너지원 생산 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의 Net-Zero(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오는 2050년으로 설정했다. 이는 RE100이 기업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협의한 글로벌 합의이기 때문이다. 금융사 중 미래에셋증권만 탄소중립 도달 시점을 2040년으로 결정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10일  “SBTi의 목표 설정 툴에 당사 온실가스 데이터를 넣어 나온 데이터값을 확인한 결과, 내부배출량은 오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가능한 수준으로 드러났다”면서 “이에 대한 SBTi의 승인도 완료됐다”고 밝혔다.

RE100 참여에 따라 이들 금융사의 내부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부분 줄어드는 추세다. 각 사별 ESG 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의 지난 2022년 스코프1+2 합계는 12만8987tCO2eq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480tCO2eq을 줄어근 규모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도 10만80tCO2eq으로 전년 대비 1108tCO2eq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2년 배출량이 1만1020tCO2eq로 전년 대비 2128tCO2eq 감소했다. 

RE100 참여 후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한 곳도 있다. 삼성생명의 지난 2022년 스코프1+2 합계는 6만4486tCO2eq로 전년 대비 2400tCO2eq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의 스코프1+2 배출량도 1만4757tCO2eq으로 전년 대비 50tCO2eq 소폭 상승했다. 당시 코로나19 감염 완화에 따라 재택근무 축소 및 대면 근무 확대로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험사들은 설명한다. 다만 이들 보험사들도 감축 목표치(삼성화재 1만4707tCO2eq, 삼성생명 6만4668tCO2eq)는 달성했다.

지난 2023년 발행된 삼성생명 ESG 보고서 갈무리. 삼성생명

RE100 미참여사…‘자발적 탄소중립’ 추진

금융사들이 글로벌 RE100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5곳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사들은 여전히 RE100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미참여 금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10일 “금융업종은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군처럼 직접 공장을 운영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RE100 가입을 위한 충족 조건 여부에 부합하지 못해 대형 금융사만 가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RE100 가입을 위해서는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1000대 기업 등 주요 다국적 기업이거나 연간 전력 사용량이 0.1TWh(테라와트)를 넘어야 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는 중·소형사들의 참여가 제한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RE100에 참여하지 않는 대형 금융사들이 탄소중립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ESG 경영 활동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각되는 만큼, 다수 금융사에서 RE100 외에도 관련 이니셔티브 및 자체적인 탄소중립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NH농협금융은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으로 선언했다. NH농협은행은 한국형 RE100인 K-RE100 동참을 위해 지난 3월 한국전력과 녹색프리미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농협은행의 탄소중립 전환 목표 시점은 오는 2040년이다. 범농협 그룹 일원인 NH투자증권도 지난해 K-RE100에 가입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감축목표에 대한 국제적 표준인 SBTi 승인도 획득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10일 “현재 SBTi 가이던스 및 PCAF 기준을 준용해 로드맵에 따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사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증권은 지난해 5월  나무(NAMU) EnR과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기관 탄소배출량 측정 이니셔티브 탄소회계금융협의체(PCAF)에도 가입했다. 이밖에 한화생명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란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해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0일 “ESG 경영 활동 차원에서 RE100이나 그 외 탄소중립 협의 및 참여를 이행하는 금융사들은 지속 증가할 것”이라며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실효성 있는 관련 이니셔티브 가입을 검토 중인 금융사들도 존재한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융사들의 RE100 탄소 배출 프로세스 가운데 포트폴리오 금융자산 배출량 감축 활동인 ‘스코프3’가 중요하게 인식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10일 “기업금융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공급망까지 배출량 억제를 보고 있다. 이에 금융사들은 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을 설계하거나, 해외의 경우 성과연계형 채권들을 배출권과 연동해 발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대해 기업금융 니즈가 있어 그 자체로서의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창희, 김동운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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