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대 이변…88위 홍일점이 챔프전 견인 [바둑리그]

역사상 최대 이변…88위 홍일점이 챔프전 견인 [바둑리그]

한국 랭킹 88위 김채영, 플레이오프 3차전 최종국서 승리
4월 랭킹 11위 박민규, 최근 여자 기사에게만 3전 전패 수모
2-1 리드 상황에서 승리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국물가정보 날벼락
오는 15일 챔피언결정전은 정규시즌 1위 원익과 2위 울산 맞대결

기사승인 2024-05-13 11:32:35
한국 랭킹 88위. 소속팀 울산 고려아연 뿐만 아니라 바둑리그 포스트시즌 전체 ‘홍일점’ 김채영 선수가 플레이오프 마지막 3차전 최종 5국에 등판해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올리는 천금 같은 승리를 거뒀다. 한국기원

가히 지난 20여년 바둑리그 역사상 최대 이변이라 할 만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포함해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순간, 울산 고려아연 ‘홍일점’ 김채영 선수가 그야말로 ‘인생 명국’을 두면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렸다.

13일 오전 1시10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끝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에서 정규시즌 2위 울산 고려아연이 한국물가정보(정규시즌 3위)를 상대로 1-2국을 내준 이후 3~5국을 쓸어담는 ‘리버스 스윕’으로 챔프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내준 울산 고려아연은 일찌감치 벼랑 끝에 몰렸으나 2차전과 3차전을 연거푸 따내면서 시리즈 전적 2-1로 한국물가정보를 제압했다. 승리 일등공신은 울산 5지명 김채영으로, 자정을 기해 시작된 마지막 혈투에서 한국 랭킹 20위에 랭크된 상대 3지명 박민규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물가정보는 2-1 리드 상황에서 오더 우위까지 쥐고 있었음에도 2지명 한승주와 3지명 박민규가 연거푸 하위 지명에게 패하는 지독한 불운을 겪었고, 반대로 울산 고려아연은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부한 불굴의 투지로 행운의 대역전승을 일궜다.

울산 고려아연 5지명 김채영(오른쪽)이 한국물가정보 3지명 박민규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고 팀의 리버스 스윕을 확정하는 화룡점정을 찍었다. 5월 한국 바둑 랭킹에서 김채영은 88위, 박민규는 20위로 두 기사의 랭킹 차이는 68계단 존재했다. 한국기원

1차전에서 박민규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울산 주장 신민준이 살아난 것이 역전승의 발판이었다. 신민준은 2차전에서 상대 전적 열세였던 박민규와 리턴 매치를 잡아내면서 기세를 타기 시작했고, 최종 3차전에선 양 팀 ‘주장 맞대결’로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국에서 강동윤을 꺾고 귀중한 승점을 가져왔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한국물가정보 주장 강동윤, 용병 당이페이를 연파하면서 2연승을 달리던 울산 2지명 이창석이 이날 당이페이에게 역전패를 허용했음에도 울산 진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규시즌 내내 부진했던 4지명 문민종이 지난 2차전 활약에 이어 3차전에서도 팀이 1-2로 밀리던 4국에 등판해 상대 2지명 한승주를 꺾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1~3국이 오후 7시에 동시 시작하고, 이후 결과에 따라 4국과 5국을 차례로 진행한다. 앞선 3국까지 결과가 한국물가정보 2-1 우세로 끝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물가정보의 승리를 점쳤다. 이어지는 4국과 5국에 등판할 선수 면면에서 양 팀이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물가정보가 4국에 2지명 한승주, 5국에 3지명 박민규 등 핵심 전력을 배치한 반면, 애써 섭외했던 중국 용병 랴오위안허의 출전이 불발된 울산은 4국에 4지명 문민종, 5국에 5지명 김채영 등 하위 지명 선수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승부 세계 명언은 바둑리그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울산 고려아연 주장 신민준(오른쪽)이 한국물가정보 주장 강동윤과 맞대결을 제압하면서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기원

‘무박 2일 혈투’ 승자는 울산 고려아연으로, 플레이오프 3차전 최종 5국이 끝났을 때, 대국장에 있던 시계는 오전 1시10분 44초를 지나고 있었다. 한국기원

천신만고 끝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정규시즌 2위 울산 고려아연은 오는 15일부터 정규시즌 1위 원익과 3번기를 펼친다. 양 팀은 정규리그에서 1승1패로 팽팽히 맞섰는데, 전반기엔 원익이 3-1로, 후반기엔 울산 고려아연이 4-0으로 승리한 바 있다.

한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리는 15일에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굿모닝시티 쇼핑몰 8층 루비홀에서 바둑리그 서포터즈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정규리그 시즌 동안 활동했던 서포터즈를 대상으로 오후 2시부터 바둑대회가 열리며, 오후 4시부터는 공개해설이 진행될 예정이다.

8개 팀이 경합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한 팀당 1∼5지명 다섯 명의 선수와 함께 용병을 포함한 후보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는 규정도 새롭게 도입되면서 각 팀 감독들의 ‘섭외력’도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지난 8일 한국물가정보-수려한합천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포문을 연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울산 고려아연-한국물가정보가 펼친 플레이오프에 이어 오는 15일에 정규시즌 1위 원익과 2위 울산의 챔피언결정전으로 이어진다. 챔프전은 3일 연속으로 진행하며, 최종 3차전까지 갈 경우 17일 대망의 우승팀이 가려진다. 상금은 우승 2억5000만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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