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회동을 하고 물밑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정치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5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비대위원장은 원 전 장관과 서울 강남구 한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국민의힘 상황과 전당대회 등 최근 정치 현안에 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비대위원장과 원 전 장관이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과 총선 희생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원 전 장관은 총선 정국에서 ‘중진 험지 출마론’이 나왔을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자진해 출마했다.

원 전 장관의 정치 텃밭인 서울 양천갑과 제주도를 포기해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험지에 자진 출마한 원 전 장관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 지원유세를 수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양측이 당내 잠룡(潛龍)이라는 점도 당권에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오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많다. 당원 중에서 강성을 제외하고 호의적인 분위기”라며 “이 대표와 대적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나오는 게 기정사실이라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둘 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잠룡이라 만남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한 전 비대위원장과 원 전 장관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며 “전당대회 출마가 확정될 경우 이 회동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정치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총선이 끝난 지 6일 만인 지난달 16일 전(前) 비대위원을 만나 만찬 자리를 가졌다. 또 지난 3일에는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과 당직자와 식사를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 나타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책을 읽으면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스킨십 행보도 재개했다.

전문가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당내 함께 일한 전 비대위원을 시작으로 사무총장·당직자와 차기 대권주자·시민 등을 만나면서 정치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전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행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양재도서관에서 사람들이 주목할 것을 알고도 공부한 것도 시민 접촉 행보”라며 “사실상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전 비대위원장과 원 전 장관의 관계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잠룡들 간 역할을 나눠 당정관계도 독자적으로 일궈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