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됐다. 다만 의료계가 ‘일주일 휴진’ 등 집단행동을 예고한 탓에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공공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의료계 측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의대 재학생에 대해서만 원고 적격을 인정했고, 나머지 전공의·교수·입시생에 대해선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봤다. 1심인 행정법원도 의료계가 제기해온 증원 취소 소송 8건 중 7건에 대해 줄줄이 각하 결정을 내려왔다.
재판부는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 준비생들의 신청은 제1심과 같이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신청을 각하한다”면서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이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대학들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통보하고, 대학들은 이를 반영한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의료계는 즉시 재항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에서 의료계 측을 대리한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준비하겠다”며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 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 심사권을 가지므로 총 7개 재항고 사건을 5월31일 이전에 심리·확정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의료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 혹은 각하될 경우 1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19개 의대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5일 임시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근무시간 재조정’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 나오자, 환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1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계가 낸 소송인 만큼,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놓든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도 2차 병원을 예약하려면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환자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