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을 대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일부 품목에 대해 해외 직구를 차단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KC인증을 받지 않은 어린이 제품과 전기·생활용품, 생활화학제품의 해외직구를 금지키로 했다.
C커머스 판매 제품들에 한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인천공항 세관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소비자 안전 확보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 강화 △기업 경쟁력 제고 △면세 및 통관 시스템 개편 등이다.
먼저 국민 안전·건강 위해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국내 반입이 금지된다.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유모차, 완구 등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온수매트 등 화재, 감전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가습기용 소독·보존제 등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이 대상이다. KC 인증이 없는 제품의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 유해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국내 반입을 막는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화장품·위생용품은 1050종 사용금지원료를 모니터링하고 위생용품 위해성을 검사해 유해성이 확인되면 국내 반입을 차단한다.
또 정부는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플랫폼은 현행법상 책임을 강제하기 어려웠다. 대리인 지정을 통해 위해제품 관리·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정된 대리인은 소비자 피해구제를 담당하고 KC 미인증 제품 판매정보 삭제, 불법제품 유통 차단, 위조품 차단 조치 등을 이행하게 된다.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소액수입물품 면세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현재 관세법상 해외직구 1회당 150달러(미국발 200달러) 미만이면 관세·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누적 한도가 없어 되팔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 측은 의도적인 분할(쪼개기) 뒤 면세 통관을 시도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단속 강화와 함께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해외직구 통합정보 사이트 ‘소비자24’를 즉각 가동해 소비자 피해 예방과 구제 강화에도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운영 중인 소비자24에 산재해있던 직구 정보를 ‘해외 직구 정보’ 메뉴를 신설해 통합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해외직구 전 점검사항, 해외직구 금지물품, 피해주의보, 상담사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24 개편으로 소비자가 해외 직구 정보를 더욱 간편하게 수집·이용하고, 피해 예방 및 구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문제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번 조처가 원론적인 대안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판매자에게 KC 인증을 받으라고 강제할 수 없을 뿐더러 국내 통관 과정에서 해당 물품을 걸러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협의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중국 플랫폼에 따른 문제가 워낙 많다 보니 이번 대책이 유통 질서를 바로잡는데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면서 “정식으로 통관 인증을 거쳐 물품을 검사해 들여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싶다”고 반문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도 “알리의 판매사만 18만여 곳에 이른다. 제조사까지 합치면 업체 수는 훨씬 더 많다”면서 “홈페이지 제품의 경우 시시각각 변하고 과장광고도 상당히 많은데 일일히 다 모니터링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관 절차를 강화한다고 해도 전문 인력과 장비, 예산 문제도 엄청나다”며 “알리·테무 등이 실질적인 자정 노력이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의지가 없다고 하면 사실상 면피형에 불과한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무처장은 또 “알리·테무를 국내 법인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비교하면 안될 것”이라며 “위해제품이 적발되면 정부에서 가차 없이 제재를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