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다시 급부상하는 ‘전주-완주 통합’ 논의

[편집자시선]다시 급부상하는 ‘전주-완주 통합’ 논의

1997년 이후 세 차례 통합 시도…정치권과 기득권 세력 반대로 무산
정부도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 발족, 성장 멈춘 전북 살리는 기폭제 기대

기사승인 2024-05-20 10:00:55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4‧10총선을 계기로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논의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통합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고, 관련 의원과 당선인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한 민간단체가 전주와 완주 통합 건의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고,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른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50분의 1 이상 요건을 거의 충족한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부는 6월초 전주시장과 완주군수에 각각 전달할 예정이며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는 이르면 11월 중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완주 통합 시도는 이번이 4번째로 일제시대에 분리됐던 전주와 완주를 다시 하나로 묶는 동시에, 생활권이 같은 두 도시를 하나의 행정권역으로 묶어 소멸 위기에 놓인 전북의 변혁을 이끌어내자는 논리다.
 
그간 진행돼 온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경제·정치적 접근방식이었다면 이번에 제기된 방식은 지리적·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했고 주로 전주시에서 통합을 주도했던 선례를 벗어나 완주 주도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일제는 1935년 조선왕조의 탯자리인 전주를 완주와 전주로 두동강 냈고, 8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속에 완주와 전주는 서로 남남이 됐고, 전주를 품고 있는 완주는 전주의 변두리로 전락했다”면서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무한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3개읍, 10개면이 제각각 떨어져 배치된 까닭에 완주군 읍면간 장벽마저 더 높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통합을 둘러싸고 진통이 컸다. 1997년부터 26년 동안 세 차례 걸쳐 통합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동안 청주(청주·청원)나 여수(여수시·여천시·여천군), 창원(마산·창원·진해) 등 3곳은 성공적인 통합으로 도시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전주와 완주는 1300년 넘게 완산주 또는 전주라는 이름의 공동 운명체로 살아왔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조선총독부령에 의거해 전주군 전주읍에서 전주부로 분리 승격되었고 전주군은 완주군으로 개칭되었으며, 전주부는 1949년 전주시로 개칭됐다.

전문가들은 1997년과 2009년, 2013년 세 차례 통합실패의 원인으로 대략 기득권층의 반대, 농촌지역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 일부 정치권의 반대 여론 주도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완주군이 전주와 통합되면 세금이 늘어나고 혐오시설이 완주군으로 집중되며 도시 위주의 행정으로 농촌지역에 대한 소외가 커질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 완주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경로당 지원 등 복지혜택이 줄어들 것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지역 정치인들의 소위 ‘밥그릇’이 없어질 것이라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큰 걸림돌이다. 막판에 통합이 무산된 2013년 당시 최규성 국회의원이 군수와 군의원 공천권을 무기로 군의원들에게 반대토록 강요해 하루아침에 판세가 뒤집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북은 확실한 거점도시, 인구 100만 명에 이르는 광역시가 없어 늘 소외돼 왔다. 행정적인 면이나 예산에서 ‘호남소외론’에 더 보태 호남에서도 변방으로 광주·전남에 밀리는 서러움을 당해 왔다. 일부 도지사들이 ‘전북 홀로서기’를 주장하였으나 그것은 반응 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전주시는 지난 정권에서 그렇게 공들였던 특례시 지정도 실패했다. 

그러나 전북 앞에 놓인 현실은 냉엄하다. 도민수는 해마다 줄고 경제력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한때 250만 명에 이르던 전북 인구는 170만 명대로 주저앉았고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할 절박한 시기다. 

민선 8기 들어 전주·완주 상생 협력사업이 어느 때보다 활기차게 추진되고 있다. 상생협력사업은 두 지역 주민의 생활 편익 증진을 통한 동반성장으로 지역발전을 꾀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전주와 완주뿐 아니라 전북 전체의 발전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상관저수지 힐링공원 조성, 수소버스 확대, 도서관 통합 회원제, 전주풍남학사 완주군민 자녀 입사, 시내버스 공영차고지 조성,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상호적용 등 꽤 많은 시업을 공동으로 펼쳤고 지역사랑상품권 유통 사업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자치단체간 경계를 허물고 동반 발전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마침 정부도 급격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안부는 1995년 7월 민선 자치제 출범 이후 인구감소·지방소멸,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등 행정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는 반면, 행정체제는 3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주민 불편과 지역경쟁력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며 개편을 시사했다. 

자문위원회는 6개월 활동 후 이를 토대로 범정부 차원의 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최대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 특례시’ 건설이 행정체제 개편의 한 축으로 채택돼 예산과 법 개정 등 정부의 지원을 받고 추진되길 기대한다.  

완주·전주 통합은 과거 정체성과 전통성을 되찾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필수 사항이 됐다. 두 지역에 산재한 자원 등을 연계함으로써 도시 가치를 높이고 외연을 넓혀 나가겠다는 것이 목표다. 다른 지역은 메가시티로 가는데 전북만 소지역주의에 매몰될 수는 없다.  

통합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 곳곳에서 분출되는 통합 열기를 한데 모아 성장이 멈춰버린 전북을 다시 살리는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전북특자도와 전주시. 완주군은 조속히 통합을 공론화하고 행정적인 절차에 돌입하길 바란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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