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5주기 추도식이 거행됐다. 총집결한 여야 지도부는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리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의 꿈은 여전히 미완성”이라며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여야 지도부가 자리를 지켰다.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정치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 명의의 추모 화환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도 모습을 보였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잠시 귀국해서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는 공식 추도사에서 “당신에 대한 그리움만큼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삶은 나아져야 하는데 당신이 가신 뒤 세상은 더 각박해지고 거칠어졌다”며 “하지만 정치와 경제, 문화판에서 열띤 가슴으로 소통하면서 평화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언젠가 당신 앞에 선 날 떳떳할 수 있도록 달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5년 동안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설계했다. 우리 국민의 저력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꿈, 그 뒤를 함께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李 “尹정권 2년 동안 참으로 많은 퇴행”
이 대표는 묘역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함께 손 모아 만들어왔던 이 역사의 진전도 안타깝지만 윤석열 정권으로 인해 2년이란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퇴행을 하고 말았다”며 “노 전 대통령께서 꿈꾼 반칙과 특권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은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씀하셨다”며 “이번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200만 당원 여러분들과 퇴행을 우려하고 역사의 진보를 원하는 많은 국민들에 의해 어렵지만 또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여당이 ‘대화와 타협’ 노무현 정신 계승을 야당에 제안한 것에 대해 “언제나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면 그 사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협의를 명목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방치이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이 대표는 추도식이 열리기 전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이 대표는 “(권 여사께서) 이번 총선에서 많은 성과를 거둬 국민이 승리한 점에 대해 축하의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文 “민주·조국혁신 연대해 성과 내야” 당부
이날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 간 환담이 이뤄졌다.
조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묘역 참배 전에 사저에서 다 같이 식사한 뒤 별도로 노 전 대통령의 서재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환담했다”며 “문 전 대통령은 각자 총선 민심을 어떻게 받들어 국회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당부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제1당인 만큼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대표에게는 “ 조국혁신당이 총선 기간 해온 여러 약속과 정신을 이어 활동을 이어 나가라, 두 정당 공통 공약이 많으니 연대해 성과를 빨리 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조 대표는 “김경수 전 지사는 노동당 등 영국의 각 정당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당을 운영하는지 말하면서, 이 대표가 참조할 만한 유의미한 영국 정당의 모습을 많이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