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표 단속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적지 않은 ‘반란표’로 압도적 부결에 실패할 경우, 여당 지도부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재의요구 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시 통과된다. 표결 참여가 가능한 여야 의원 295명이 모두 본회의장에서 투표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17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이번 본회의에서 이탈표가 두 자릿수 이상 등 예상보다 많이 나오거나,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가결되는 최악의 경우, 22대 국회 시작 전부터 추경호 원대대표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안철수·유의동·김웅 의원 3명이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만간 국회를 떠나는 낙선·낙천·불출마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거나 ‘소신 투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지도부는 채상병 특검법 반대 당론을 정하고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표 단속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직 원내대표단이 전화를 돌리거나, 호소 서한을 보내는 등 의원들의 이탈을 막아내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중진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28일 본회의를 강행하고 국회의장이 개최할 경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원이 당론으로 우리 의사를 관철하는 행동을 하자고 (회의에서) 말했다”고 전했다.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친전)를 통해 협조를 호소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친전에서 “거대 야당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보다는, 수사 중인 사안을 정쟁으로 몰아가기 위한 특검법 통과를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국정 운영에 무한한 책임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개별 의원과의 접촉에도 서두르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현재 저와 윤재옥 전 대표를 포함해 중진 의원님들도 각자 나서서 활동하고 뜻을 모아주겠다 했다”고 했다. 현재 윤재옥 전 원내대표와 전임 원내부대표단은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의 특검법 재표결 직전 이탈표 단속 목적의 비상의원총회도 소집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양심 표결’ 메시지를 내며 적전 분열을 노리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여당 의원들 개개인에게 해병대원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박 의원은 편지에서 “공수처 수사로는 부족하다”며 “제대로 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서둘러 특검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국민을 위해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해주시길, 용기를 내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17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승환 국민의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24일 라디오에서 “이탈표는 크게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에서 5명 정도가 찬성 의사를 밝혀서 5명이 더 나올 것이란 김웅 의원의 추측 때문에 (이탈표가) 더 나올 것이란 기류가 있는 것 뿐”이라고 봤다.
그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지금까지 (국민의힘 의원을) 2명 만났고 3명 더 만날 것이라면서 자신이 지금 여당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 심각한 사안에 대해 본인들의 꽃놀이패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상병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수사 외압 의혹 중에서 이첩하고 다시 회수하고 수사한 것이냐는 건데, 이 문제를 야기한 게 박주민 의원”이라며 “박주민 의원이 재작년에 군법원 개정안을 내면 군내 사망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지체없이 경찰에 이첩하라고 개정안을 만들었다. 거기에서부터 혼란이 나오는 본인 책임에 대해서는 일말의 사과조차 하지 않고 ‘내가 여당 가서 표 가져올게’라고 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