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특히 ‘생백신’ 제품들이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 사이 주목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MSD가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의 국내 시장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 A씨는 “조스타박스가 조만간 국내 시장에서 철수된다고 들었다”며 “경쟁사가 늘어나면서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조스타박스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장에 진입한 대상포진 생백신이다. 2013년 출시된 조스타박스는 매년 약 8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백신 ‘스카이조스터’, GSK의 사백신 ‘싱그릭스’가 등장하며 현재는 매출 최하위로 내려왔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3년 싱그릭스의 매출은 384억원, 스카이조스터가 262억원, 조스타박스가 223억원을 기록했다. 가격별로는 스카이조스터가 15만원 내외로 가장 저렴하며, 조스타박스가 17만원, GSK가 50만원(2회분)으로 책정된다.
이러한 매출 추세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에 대한 가이드라인 변화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해외 국가예방접종 사업에선 이미 사백신을 권장하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생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영국도 대상포진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65세 이상 성인에게 사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호주 역시 지난해 11월 대상포진 예방 백신을 사백신으로 전면 대체했다.
이에 MSD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장 철수는 당장 논의하고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생백신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조스타박스도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 철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한국도 그 수순에 따라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는 접종 후 이상사례와 관련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최근 스카이바리셀라 수두백신 접종 이후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 사례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정부에서도 조사를 위해 병의원에 ‘소아 대상포진 환자의 수두 백신접종 사후관리 요청’ 서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질병관리청은 최근 수두 백신접종 후 이상사례 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수두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추가 조사·분석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재심의키로 했다. 오는 6월 초 제2차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서면 답변을 통해 “특정 백신 명칭을 밝히긴 어렵다”면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국내 수두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추가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해 이후 재심의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치사항이 정해지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카이바리셀라는 만 1~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접종하는 수두 백신 제품으로 2018년 9월 출시됐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와 같은 성분으로, 용량만 차이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본사 측에 보고된 이상사례 중 심각한 사안은 없었다”며 “질병청에 접수된 여러 제품의 수두백신 이상사례들 중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 부작용 사례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어떤 제품에 명확히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질병청 발표가 6월 초 나온다고 들었는데, 만약 저희 제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 내부 논의에 따라 대응 방안을 빠르게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C씨는 “수두백신 중에서도 생백신은 항체생성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도 수두에 걸리는 ‘돌파감염’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다고 돌파감염으로 인해 위중증 이상사례까지 발생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두백신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백신인 만큼 이상사례가 발생하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라며 “이에 따라 질병청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신중한 검토 이후 결과를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국내 시장 상황에 따라 대상포진 백신의 국가예방접종(NIP)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 D씨는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예산을 줄여야 하는 만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생백신을 NIP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상황에 따라 사백신만 시장에 남는다면 정부 고민이 커질 것이다. 내년도 예상되던 대상포진 백신 NIP 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