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D-day…‘선구제’ vs ‘LH 매입’ 격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D-day…‘선구제’ vs ‘LH 매입’ 격돌

기사승인 2024-05-28 06:00:07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앞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조유정 기자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상정을 앞두고 막판 갈등이 예고됐다. 본회의 통과 하루 전 정부가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대안을 발표해 본회의 통과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주요 관심사다.

국회는 28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표결을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그동안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개정안에 담긴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두고 정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개정안 처리 전날 전세사기 피해자가 LH가 경매에서 사들인 기존 거주 주택에 최대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하거나, 바로 경매 차익을 받고 이사하는 방안 등 대안까지 내놓으며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안 발표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은 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경매에서 피해주택을 사들인 뒤 이 주택을 피해자에게 임대하도록 하고 있다.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 방안’을 통해 피해자에게 임대료를 받지 않고 10년간 거주를 지원하는 추가 방안을 내놓았다. 10년 이후에도 거주를 원할 시 임대료 50∼70% 수준으로 10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다. 재원으로는 LH가 경매 과정에서 얻은 차액(LH 감정가 - 경매 낙찰가)을 활용할 예정이다.

또, 사각지대에 놓였던 근생빌라 등 불법 건축물도 LH 매입이 가능하게 했다. 위반 건축물의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면제와 한시적 양성화 조치까지 검토된다.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를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피해자들 “퇴거 후 새 보금자리 원해”

시민단체는 피해자들 요구를 일부 수용했으나 법안 개정 반대를 위한 뒤늦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정부 여당의 반대로 6개월 넘게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며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라며 “수차례 면담 요청에도 묵묵부답하다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자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자 상당수는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통해 피해주택에서 퇴거하고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길 원한다”라며 “LH 매입 후 계속 해서 살라는 정부 대책과 원하는 바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특히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낙찰받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1건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피해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공매에서 매입 예정인 주택은 60가구다. 다만 경매 기일이 잡히지 않은 문제 등으로 LH가 경·공매에서 실제 낙찰받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아직 1가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에 주택이 넘어가기 전 LH가 감정가에 사주는 협의매수 신청 역시 2건에 그쳤다.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대책위원장은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대안을 발표하는지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함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1년간 1건이다. LH가 얼마나 매입해 줄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LH는 절차상 문제로 인해 매입 물량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경매가 시작돼야 매물을 인수할 수 있는데 기존 선순위권자 등이 경‧공매를 유예해 절차 진행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협의 매수는 임대인과 협의가 잘 안됐다”라고 밝혔다.

전문가 ‘긍정적’ vs ‘선구제’ 엇갈려

전문가들은 정부 대안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저가 낙찰받은 주택을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방안은 공공이 전세사기의 피해자들에게 당장의 주거 안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건축물 한시적 양성화 조치와 위반사항에 대한 수선, 신탁사기 물건 매입 등은 피해자 구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 교수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거주 중인 집 직접 매입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공공임대 형식으로 장기 거주가 가능하고 보증금 차액 보전이 가능하단 점에서 합리적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나서서 선구제 후회수를 해줘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한문도 서울 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을 우롱하는 정책이다. 전세대출 제도가 없었다면 피해를 보지 않았을 청년들이 피해를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은 정부의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구제 후회수를 통해 피해자들도 전액을 보상해 달란 것이 아닌 최우선변제금 일부만 변제해 달란 것”이라며 “구체적인 구제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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