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부실시공 ‘후분양’ 도입 목소리↑…분양가 인상 우려도

잦은 부실시공 ‘후분양’ 도입 목소리↑…분양가 인상 우려도

기사승인 2024-05-29 06:05:01
2022년 11월 30일 서울 시내의 재건축 공사 단지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건설업계의 잦은 부실시공과 하자 분쟁으로 인해 ‘선시공 후분양’ 제도 도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후분양은 분양가 상승만 견인할 뿐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크다.

29일 분양시장에는 선시공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하는 수분양자들이 늘고 있다. 수분양자 김모씨는 “최근 아파트의 잦은 부실시공을 보면 후분양이 답이라 생각한다”라며 “선분양제도는 공급자의 리스크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 조모씨도 “청약 당첨돼 드디어 내 집 장만한다는 생각에 설렜는데 건설사 하자 문제를 볼 때마다 입주 후 중대 하자가 발견될까 봐 걱정된다”라며 “안전하게 후분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수분양자들의 후분양제 도입 요구는 최근 늘어난 아파트 하자 논란이 발단이다. 전남 오룡 신축 아파트는 △타일 깨짐 △마감 불량 △창틀 시공 등 하자가 발견돼 논란을 빚었다. 충남 당진 신축 아파트는 천장 목재에서 곰팡이가 발견, 적발돼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는 한국표준(KS) 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가 수천 장 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전국 공동주택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사건 접수 건수는 2018년 3818건에서 2021년 7686건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후분양 아파트는 전체공정의 60~80%가 진행된 후 분양 절차에 돌입하기 때문에 청약자 입장에선 실물 확인 후 청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수분양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초기자금을 채우기 때문에 선분양을 선호한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과거 주택공급을 빨리 하기 위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후분양 제도를 도입했는데 모든 하자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가 떠안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굉장히 불합리한 제도를 아직 진행하고 있단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미 선분양제가 굳어져 어려움은 있을 수 있으나 후분양제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부실시공의 원인은 선분양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부실시공은 인력 문제가 크다”라며 “건설현장에 전문적으로 시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투입되면서 시공 품질이 저하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한국 사람을 쓰고 싶어도 인력이 없어 결국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투입돼 소통이나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후분양제 도입은 청약자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초반에 계약금 20%, 중도금 60% 등 3년간 분양가를 나눠 내는 구조인데 후분양 시 3개월 뒤 바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 구조”라며 “수분양자 입장에서 품질을 보고 결정할 수 있으나 현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현재 분양 2년 전 분양가 책정이 진행되는데 후분양 시 입주 시점에 분양가를 책정해 시세에 따라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고 중도금 납부 등 기간이 짧아 부담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후분양제로 부실시공을 예방할 수 없다는 전문가 진단도 있다. 이은형 대한정책건설연구원은 “한국에서 말하는 후분양은 100% 완공 후 분양이 아닌 공정률 60~80%에서 분양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마감 공사는 80% 공정 이후에 진행되기에 후분양제를 도입해도 하자와 부실시공을 예방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건설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라며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이 원칙과 규정에 맞게 시공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준공이 임박한 전국 아파트 건설 현장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번 특별점검 대상은 향후 6개월 내 입주가 예정된 171개 단지 가운데 최근 부실시공 사례가 발생한 현장, 최근 5년간 하자 판정 건수가 많은 상위 20개 시공사의 현장, 벌점 부과 상위 20개 사의 현장 등 총 23곳이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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