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 시설 등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이하 고준위특별법안)이 결국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정부가 원전 가동을 늘리는 가운데 핵폐기물 저장에 대한 고민이 심화될 전망이다.
28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고준위특별법안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그동안 여야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을 놓고 대립해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향후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음을 전제로 저장시설의 저장 용량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원전의 최초 설계수명이 종료되면 저장 용량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달 말 여야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법안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의 재표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 32기를 가동하면 총 4만4692톤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등 원전 업계에서는 고준위특별법안 제정이 시급하다며 범국민대회 등 움직임을 지속해왔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원전지역구 의원, 원전 소재 지역주민 등 600여 명이 모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 촉구 참여단체 총연대는 지난 2월2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고 “원자력은 고리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가 성장에 크게 이바지해 왔으나,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그저 쌓여가고만 있어 불과 몇 년 후인 2030년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황수호 한수원 사장 역시 지난 2월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폐장 건설이 늦어지면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국민들의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탈원전·친원전 등 정부 정책이 바뀌는 것과는 무관하게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적기를 놓칠 경우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고준위특별법안이 자동 폐기되면서 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의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당장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다수 원전에서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소가 포화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 새울(2066년) 등의 원전에서도 부지 내 핵폐기물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