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가 지난 29일 막을 내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역대급 여·야간 정쟁이 이어지면서 필요한 민생 법안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총 2만5849건의 법률안이 발의됐고 이 중 9455건이 처리됐습니다. 법안처리율은 36.6%에 불과합니다.
이는 나머지 63.4%에 달하는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폐기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수많은 법들 중에는 금융소비자 일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금융법안들도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3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제22대 국회에서 지난 국회에서 넘지 못한 법안들이 다시금 통과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관심있게 봐야 할 법안이 ‘예금자보호법(예보법) 개정안’입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오는 8월31일 일몰되는 예보료율 한도 기한을 3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말합니다. 만약 한도 기한을 넘겨버릴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예금을 보호해주는 예보기금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그 규모는 약 7700억원에 달하죠. 만약 한국 경제에 큰 문제가 발생해 금융사들이 파산하게 될 경우 금융소비자를 지켜주는 방패가 크게 얇아지게 되는 셈입니다.
금융당국에서는 22대 국회에서 재입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문제는 국회 일정을 고려할때 오는 9월 이후에야 법안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제도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건강보험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건보·실손 연계법)도 국민들에게 체감이 클 법안입니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연계 관리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정책 연계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공·사 의료보험 연계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양 보험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가 가능해집니다. 이는 실태조사를 통해 과잉 진료 등 비급여 항목의 누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실손보험 상품 구조 개편이 가능해진다는 뜻이죠. 실손보험의 누수를 막아 장기적으로는 실손보험료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첫 걸음’인 셈입니다.
카드사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에서 발생한 횡령·배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22대 국회에서 통과될지 관심있게 봐야 합니다. 현재 여전법에는 여전사 임직원이 횡령·배임을 하거나 대출을 부실하게 취급해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제재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꾸준히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식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법안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선배당·후투자 제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결산 배당뿐 아니라 분기·반기 배당도 배당액을 확정한 이후 배당받을 주주를 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내용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후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이외에도 공매도 제도 개선,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 토큰증권 제도화 등 수많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과연 이번 22대 국회는 수많은 당선 의원들이 약속했던 것처럼 민생을 돌보기 위해 노력하는지 유권자들이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