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삶의 지혜 더 중요…고전으로 사고 능력 키워야" [쿠키인터뷰]

"AI시대, 삶의 지혜 더 중요…고전으로 사고 능력 키워야" [쿠키인터뷰]

박종태 인천대학교 총장

기사승인 2024-06-01 06:00:09
박종태 인천대 총장이 29일 인천 송도 인천대학교에서 가진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GB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지현 기자 

“지식을 대학에서 배우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휴대전화 하나면 지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혜는 고전 속에 담긴 과거 철인(哲人)들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박종태 인천대 총장은 29일 오전 인천 송도 인천대 학산도서관에서 가진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전·명저를 읽고 토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총장은 부총장이었던 지난 2019년부터 자신의 대학이 개발한 ‘그레이트북스(GB) 프로그램’ 운영에 진심을 쏟고 있다. GB프로그램은 별도 전공이 없이 졸업 때까지 1년에 25권(4년간 100권) 정도의 고전·명저를 읽고 토의하며 에세이를 쓰는 미국 세인트존스 대학의 교육 방식을 한국형으로 바꾼 모델이다.

세인트존스 대학은 미국 내에서도 교육방식이 독특한 대학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전공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똑같은 자유교양학사 학위를 받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로 고전·명저를 읽거나 실험하고 토의하는 것이 교육 전부다. 국내 대학 중에선 이 대학과 MOU를 맺은 건 인천대가 최초다. 다양한 전공이 모인 한국 종합대학과 차이가 있는 만큼 GB 프로그램은 한국 대학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했다. 특히 세인트존스 대학은 서양 중심의 필독 교양도서를 100권으로 한정해 학부 커리큘럼으로 구성하고 있으나 인천대 GB 프로그램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필독교양도서 300선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 생애주기별로 폭넓게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모델을 개발해 공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춘천시가 GB 프로그램을 도입, 초등·고등학교 3개교에서 시범 운영한다.

29일 인천대와 미국 세인트존스대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왼쪽부터  세인트존스 대학 노라 뎀라이트너 총장, 박종태 인천대 총장. 사진=안지현 기자

인천대는 더 나아가 세인트존스 대학과 인적 교류도 진행하고 있다. 세인트존스 대학 재학생 3명이 인천대 GB센터에서 인턴십을 시작했다. 올해 2학기부터는 양 학교 교원을 상호 파견해 고전·명저 기반 강좌 및 세미나를 운영한다. 내년에는 인천대 학생이 세인트존스 대학 교환 학생으로 가게 된다.

박 총장은 “인천교육청과도 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생들이 고전을 읽고 지혜를 얻는 교육이 시교육청을 통해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실제 대학 GB센터에서는 인천 지역의 중·고등학생들과 캠프를 열고 토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업이 우선이지만 인성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것도 대학이 가진 사명이다. 박 총장은 “학생들은 취업이라는 큰 숙제가 있어 고전이나 명저를 읽고 자신 나름대로 감상하거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GB 프로그램을 전체 학생들에게 확대하는 것은 한국 대학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박종태 인천대 총장. 사진=안지현 기자

고전 중심의 토의 교육은 한국 대학이 처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는 게 박 총장의 생각이다. 박 총장은 “인천대는 이를 학점화하고 수업을 하고 있다. 결국 학생들이 생각하는 사고의 능력과 깊이를 확대하는 것은 고전·명저에서 얻어올 수 있다. 학생들은 같은 책을 읽어도 생각하는게 서로 다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혜를 얻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인생에 좋은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생성형 AI ‘챗GPT’를 활용하면 궁금한 내용을 대부분 답변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는 챗GPT에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선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갖춰야 합니다. 지혜를 찾는 하나의 방법이 바로 고전 읽기입니다.”

인천대는 공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GB 프로그램을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분야의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역동행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사회와 대학의 연계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박 총장은 “지역동행플랫폼은 지역 시민들이 고민하는 현안을 같이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대에만 각 분야 전문가인 교수가 500명이 함께 하는 고민하는 것이다”라며 “인천대가 사립으로 시작해 시립, 국립대로 전환되기까지 많은 시민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대학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상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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