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나스닥’ 출사표…모회사 주가 부양은 ‘제한적’

네이버웹툰 ‘나스닥’ 출사표…모회사 주가 부양은 ‘제한적’

네이버웹툰 美 법인 ‘웹툰 엔터테인먼트’, 나스닥 증권신고서 제출
블룸버그, 기업가치 ‘최대 40억달러’ 추정
네이버 주가 영향은…“라인야후 행정지도 따른 중장기 전략 검토가 우선”

기사승인 2024-06-04 06:00:38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브랜딩 효과와 할리우드 진출 등 미국 시장 입지 확보를 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나스닥 상장에도 모회사 네이버의 주가 반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라인야후 행정지도에 따른 난관이 네이버에 악재로 자리 잡은 탓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본사이자 미국 법인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이하 웹툰 엔터)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관사에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 에버코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웹툰 엔터가 신청한 나스닥 종목코드는 ‘WBTN’ 이다.

웹툰 엔터는 지난 2015년 네이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하다 2017년 분사를 결정했다. 현재 국내 웹툰 사업을 담당하는 네이버웹툰 지분 100%를 보유한 상태다. 아울러 일본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LDF) 지분도 70%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LDF의 나머지 지분 30%를 보유했기 때문에 사실상 웹툰 엔터가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사업을 총괄하는 구조다. 웹툰 엔터의 대주주는 지분 71.2%를 보유한 네이버다. 2대 주주는 28.7% 지분을 가진 라인야후다.

SEC에 제출된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웹툰 엔터는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더불어 2400만명의 창작자와 1억7000만명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확보했다. MAU는 30일 동안의 기간에 사이트 또는 앱에 방문한 사용자 수를 나타내는 핵심성과지표(KPI)다. 실질적인 이용자 수를 점칠 수 있는 중요 지표를 뜻한다. 

나스닥 상장과 관련된 발행 규모와 공모가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 블룸버그 등 외신은 웹툰 엔터의 기업가치는 약 30억~4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5억달러로 전망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신고서에 첨부한 서한에서 “이번 IPO는 지난 20년간 노력의 결실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며 “이야기를 공유하고 창작자를 지원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도 추구할 우리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엔터가 국내 증시가 아닌 나스닥 상장을 계획한 것은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 매킨토시 나스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회사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국 주식시장의 미래수익 대비 주가는 평균 20.6배로 유럽의 12.8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2.6배를 크게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주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녔단 얘기다. 

이와 함께 할리우드 진출로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전략도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네이버 주주총회에서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웹툰을 미국 시장에 상장하면 브랜딩 효과와 인지도, 할리우드 제작사와 협력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나스닥 상장을 통해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확장하겠단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나스닥 상장은 웹툰 사업의 성장률 둔화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웹툰 엔터의 지난해 매출액은 12억8000만달러, 순손실은 1억4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정호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웹툰사업부는 전사적인 비용절감 기조로 인한 마케팅비 축소 영향으로 거래액 및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었다”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미국 시장은 아직 침투율이 낮아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했는데, 장기간 누적된 영업적자 및 본사의 비용통제 영향으로 지난해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률 하락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마케팅을 통한 유저 저변확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가능한 IP의 발굴 등 장기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웹툰 사업법인의 나스닥 상장에 모회사 네이버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을 품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전날 네이버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1.47% 오른 17만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1거래일 동안 하루(5월27일) 보합에 그치고 모두 내림세로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투자 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웹툰 엔터의 나스닥 상장이 네이버 주가에 호재 요인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게 증권가 측 진단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장 절차와 상장 직후 주가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으나, 상장만으로 네이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네이버는) 현재 호실적에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18배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며 “C커머스에 대한 우려 해소, 인공지능(AI) 경쟁력 증명, 라인야후 행정지도가 촉발한 중장기 사업 전략 검토가 가시화돼야 본격적인 리레이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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