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방송3법’ 갈등에 원구성 뇌관 된 과방위…“언론·플랫폼 주도권 싸움”

여야, ‘방송3법’ 갈등에 원구성 뇌관 된 과방위…“언론·플랫폼 주도권 싸움”

박찬대 “국회법이 관례보다 우선…원구성안 가져와야”
장동혁 “법사위·운영위 넘어 과방위까지 野 요구”
황태순 “여야 방송·언론 주도권 싸움…與 최선 다하는 모습 보여야”

기사승인 2024-06-05 06:00:07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가 잠시 중지됐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여야가 22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난항을 겪는 가운데 과방위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이 21대에서 폐기된 ‘방송3법’을 22대에서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여당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법사위·운영위에 대한 상임위원장 배분을 아직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야 대립 전선이 과방위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범야권이 추진하려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은 전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노총 언론노조 방송장악 음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주장하는 21명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안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기울어진 이사회 구성안”이라며 “이사 추천단체들이 좌파 카르텔 회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학회는 종편 재허가 심사에서 점수 조작을 주도해 구속된 사람이 회장으로 있다”며 “언론학회 회장은 현 정부의 가짜뉴스 제재를 반대하고 있다. 시청자위원회와 방송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는 친야권이자 친언론노조에 장악돼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일 21대에서 폐기된 ‘방송3법’을 재발의했다. ‘방송3법’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기존 9명과 11명에서 21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이사 추천권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학계, 직능단체, 시청자위원회 등으로 늘린다. 

또 방송편성규약 준수를 의무화하고 위반하면 이를 처벌하는 강화 조항이 추가됐다. 방송편성규약은 방송사가 취재·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프로그램 제작 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규약이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이 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민주노총 언론노조 방송장악 음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현범 기자

‘방송3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21대 국회 시절인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방송3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여당은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저지했다고 평가했고,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국회를 무시한다고 반발했다.

당시 정부는 방송3법 거부의 배경으로 △편향적인 이사회 구성으로 인한 방송의 공정성 훼손 △이사진의 방송사 견제 기능 유명무실 △대통령의 임명권 침해로 인한 민주적 정당성 흠결 초래 △이사회에 사장후보 국민추천위 구성 포괄 위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편파적 운영 △입법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부족 등을 꼽았다.

양당이 과방위를 둘러싸고 새로운 갈등 국면을 추가하면서 원구성 협상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핵심 상임위인 법사위와 운영위의 위원장직 배분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원구성 마감시한이 다가오는데 여당은 관례를 운운하면서 협상을 피하고 있다”며 “관례 타령이 아니라 당장 원구성 협상안을 준비해 와야 한다. 국회법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 합의를 통해 원구성을 해왔다. 합의의 기본은 법사위는 2당이 맡고 운영위는 여당이 맡는 관례”라며 “그거까지 벗어나 과방위까지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고 해 (원구성 협의)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벌어진 ‘채상병 특검법’ 부결과 ‘연금개혁’ 협의 불발을 사례로 주요 상임위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에 따라 2당 몫인 법사위와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 운영위를 사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18개 상임위를 다 빼앗기는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최대한 항의하고 기존 국회 관례를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이 봤을 때도 문제점으로 인식이 돼야 향후 정국에서 여당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태순 시사평론가는 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언론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언론의 고삐를 놓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파동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당 모두 언론과 플랫폼 문제를 담당할 수 있는 과방위를 뺏기지 않으려고 싸움할 수밖에 없다. 법사위를 제외하고 원구성 최대의 뇌관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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