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이 ‘전설의 전당’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6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전설의 전당’ 초대 입성을 기념해 공식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혁과 전용준 캐스터, 윤수빈 아나운서, 이정훈 LCK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상혁은 지난달 23일 라이엇 게임즈 ‘전설의 전당’ 초대 헌액자로 선정됐다. 전설의 전당은 타 스포츠에서 운영되는 명예의 전당을 e스포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기념행사다. 2013년 프로게이머 데뷔 후 이상혁은 최고 권위 대회인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무려 4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처음으로 롤드컵 왕좌에 오른 이상혁은 2015~2016시즌에는 유례없는 연속 롤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이상혁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7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했다.
이상혁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회, LCK 10회 등 수많은 대회에서 최정상에 올랐다. LCK에서 가장 많은 935경기에 출전해 631승(304패)을 기록한 이상혁은 현재 3000킬과 5000어시스트를 넘긴 유일한 선수다. 모든 업적을 한 팀(현 T1)에서 달성한 점도 뜻깊다. 전설의 전당 투표인단은 그의 업적과 더불어 e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기여도를 감안해 이상혁을 초대 헌액자로 뽑았다.
행사장 한편에는 이상혁의 커리어를 요약한 작은 동상들이 있었다. 데뷔 당시 ‘고전파’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첫 번째였다. 두 번째 조형물은 ‘류’ 유상욱(현 BNK 피어엑스 감독)과 제드 미러전을 그렸다. 다음 작품에는 2017년 롤드컵 결승에서 패한 후 펑펑 울던 이상혁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지난해 징동 게이밍(JDG)의 골든 로드를 저지하는 모습과 마침내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순간을 표현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행사 개회사를 맡은 오상헌 라이엇 게임즈 아시아태평앙 e스포츠 총괄은 “이상혁은 롤 e스포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현역 선수로 뛰면서 최고 성과도 이뤘다”면서 “선수가 아닌 ‘인간 이상혁’ 또한 팬들이 추앙할 만한 인성을 갖췄다. e스포츠 내외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이상혁의 헌액을 축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축사를 진행한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이상혁이 초대 전설의 전당 헌액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내 일처럼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이상혁이 초대 헌액자로 이름을 올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면서 “전설의 전당에 도달하기까지 이상혁의 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2017년 이후 국제 대회 우승에 실패했고, 2023년에는 손목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롤드컵에서 가장 마지막에 웃었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2013년 처음 롤드컵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막내였던 선수가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겨 맏형으로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울컥했다”면서 “이상혁은 유일무이, 전무후무라는 수식어로도 모자라는 선수다. ‘페이커’는 수십 번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했지만 ‘페이커’라는 이름을 지키며 끝까지 서 있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모든 길은 페이커로 통한다”고 말하며 축사를 마쳤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존 니덤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 사장은 영상 축사로 대신했다.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뿐만 아니라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대표이사도 전설의 전당 행사에 참석했다. 바이틀 대표는 “이 자리에 함께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롤 특유의 화풍으로 묘사된 아트워크와 벤츠 자동차 키를 선물했다. 이상혁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전용준 캐스터는 이상혁을 축하하면서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이상혁과 공식적으로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소개한 전 캐스터는 “여러분이 동의한다면 이럴 때 일어서서 이상혁을 맞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하며 울먹였다. 이후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단상 위로 오르는 이상혁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전용준 캐스터, 윤수빈 아나운서와 토크 세션을 가진 이상혁은 “롤을 통해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주변에서도 나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해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면서 “10년이 짧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 10년,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HOF(전설의 전당) 유니폼 사인식과 트로피 전달식이 진행됐다. 유니폼은 전설의 전당 첫 번째 입성을 기념해 등번호 ‘01’로 제작됐다. 이상혁의 자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은 이상혁이 개인 소장한다.
사인을 마친 이상혁은 전설의 전당 기념 트로피도 받았다. ‘넥서스 파편’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트로피는 이상혁이 수많은 승리를 이뤄낸 것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김정균 T1 감독이 꽃다발을 전했고, 이어 T1 선수들이 무대로 올라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사를 마친 뒤 이상혁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행사장을 돌아봤다.
e스포츠를 상징하는 ‘페이커’ 이상혁은 이렇게 전설의 전당에 공식 입성했다. 앞으로 이상혁과 같은 선수는 등장하기 힘들다. 완벽한 커리어부터 사회적 영향력까지, 이상혁은 e스포츠의 상징이자 역사다. 이번 행사로 이상혁은 또다시 롤 ‘GOAT’(역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장충=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