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막 후 숨 가쁘게 달려온 ‘하나은행 K리그1 2024’가 16라운드를 마치고 2주간 A매치 휴식기에 돌입했다. 치열한 선두 경쟁부터 언더독의 반란, 최하위 탈출을 위한 싸움까지 K리그1 판도를 한 눈에 정리한다.
뜨거워진 선두 경쟁, 울산⋅김천⋅포항 3파전
16라운드 종료 기준 1위 울산(승점 31)과 3위 포항(승점 29) 승점 차는 단 2점이다. 지난 시즌 16라운드 종료 기준 1위 울산과 3위 서울 승점 차가 11점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올 시즌 선두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울산은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6라운드부터 5연승을 질주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인 이동경(7골 5도움)의 군 입대, 국가대표 수비수 설영우의 어깨 수술 등 주요 자원 이탈로 한때 순위가 3위까지 밀렸다.
전열을 재정비한 울산은 디펜딩 챔피언다운 저력으로 16라운드 전북전에서 극적인 1대0 승리와 함께 다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주민규, 루빅손, 엄원상(각 4골), 마틴 아담(3골) 등이 고르게 득점포를 가동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2위 김천(승점 30)은 최근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5승6무)을 달리며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시즌 김천은 16라운드까지 단 2패만을 기록했는데, 이는 선두 울산보다도 패배가 1경기 적은 수치다.
김천은 휴가도 반납하고 경기에 나서는 골키퍼 김준홍을 포함해, 최초로 A대표팀에 발탁된 수비수 박승욱, 미드필더 원두재, 공격수 김태현과 김현욱 등 전 포지션에 걸친 선수가 두루 활약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천은 7월 이후 주장 김현욱을 포함해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전역한다. 하지만 이동경, 이동준, 맹성웅, 원기종 등 신병들이 새롭게 입대를 앞두고 있어 후반기 전력도 걱정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위 포항은 올 시즌 신임 박태하 감독과 함께 ‘태하드라마’를 써내려 가는 중이다. 포항은 3연승을 포함해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7승3무) 등 내내 선두권을 달렸고, 추가시간의 사나이 정재희(7골1도움), 젊은 피 이호재(3골3도움) 등 공격진의 활약이 눈에 띈다.
포항 첫 외국인 주장 완델손은 올 시즌 전 경기에 나서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로 라운드 베스트11에 5회 선정되는 등 건재한 모습이다.
‘언더독’ 반란, 강원과 수원FC 대반전
지난 시즌 승강PO 끝에 힘겹게 잔류했던 강원과 수원FC는 올 시즌 대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먼저 4위 강원(승점 28)은 최근 4연승 질주를 달리며 시즌 8승을 달성했는데, 지난 시즌 리그에서 단 6승만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특히 강원은 매 경기 평균 1.8골을 뽑아내는 물오른 득점력을 자랑하며 최다 득점 2위(29골)에 올라있다.
올 시즌 강원은 커리어하이를 보내고 있는 이상헌(8골)을 포함해 풀백으로 포지션 변경한 황문기 등의 활약이 눈에 띄지만, 최고의 기대주는 준프로 양민혁이다.
2006년생 양민혁은 올 시즌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서 4골 3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강원 축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 시즌 강원은 적극적인 공격과 빠른 패스를 기반으로 한 공격 축구를 기반으로 후반기에도 더 높은 위치를 노린다.
5위 수원FC(승점 27)도 연승과 함께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 하는 등 분위기에 물이 올랐다. 김은중 감독은 프로 감독 데뷔 시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지도력을 펼치며 최근 홈 3연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수원FC는 올 시즌 뛰어난 공수 밸런스를 자랑하는데, 먼저 공격에서는 이승우가 8골 2도움으로 최다 득점 2위와 함께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고, 안데르손은 7도움으로 최다 도움 선두에 올라있다.
수비는 지난 시즌 76골을 내주며 경기당 평균 2실점이자 K리그1 최다 실점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에는 16라운드에서 단 20골만을 내주며 최소 실점 4위에 올라있다.
‘제주⋅광주⋅인천⋅서울’, 치열한 중위권 경쟁
중위권에 위치한 6위 제주와 9위 서울 승점 차는 단 3점에 불과해 한 경기로 충분히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먼저 6위 제주(승점 20)는 올 시즌 김학범 감독이 새롭게 팀을 이끌고 있는데, 한때 4연패 위기도 있었지만 이후 6경기에서 3승1무2패를 거두며 서서히 나아지는 모습이다.
제주는 최근 골잡이 유리 조나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공격력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데, 나란히 2골씩을 기록 중인 여홍규, 진성욱, 안태현 등이 더욱 활약해야 상위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7위 광주(승점 19)는 올 시즌 16경기에서 6승1무9패로 단 한 차례 무승부를 제외하고 매 경기 화끈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광주는 한때 6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지만, 특유의 주도적인 공격 축구를 꾸준히 고집하며 서서히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
이번 시즌 광주는 지난 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정호연이 전 경기 선발로 나서며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고 있고, 가브리엘(4골), 베카(1골) 등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또한 눈에 띈다. 이 밖에 이희균, 이건희(각 4골), 문민서, 최경록(각 2골) 등 득점포가 다양한 것 또한 특징이다.
8위 인천(승점 19)은 최근 10경기에서 단 2승만을 거두며 주춤한 상황이지만, 7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공격력에서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무고사는 K리그1 득점 단독 선두(9골)에 올라있고, K리그 최고의 크랙 제르소는 3골 4도움을 기록하며 매 경기 번뜩이는 모습을 자랑한다. 인천은 지난 4~5라운드에서 한 차례 연승을 기록한 이후 연승이 없는데 더 높은 순위로 가려면 좋은 흐름을 탔을 때 분위기를 이어가는 힘이 필요하다.
올 시즌 김기동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서울(9위, 승점 17)은 최근 4경기에서 2무2패로 부진에 빠졌다. 특히 홈에서 5연패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아 반전이 시급하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력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류첸코는 올 시즌 전 경기에 나서 7골 2도움으로 지난 시즌 기록을 넘어섰고, 윌리안도 4골을 뽑아내며 준수한 활약을 선보인다. 린가드는 부상에서 복귀한 뒤 최근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서서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노련한 김기동 감독이 특위의 지략과 용병술을 통해 K리그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인 서울이 위기를 탈출하고 후반기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전북⋅대전⋅대구…후반기 반등 노려
하위권 경쟁 또한 치열하다. 10위부터 12위까지 전북, 대전, 대구가 차례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세 팀 모두 3승 5무 8패를 거두며 승점이 14점으로 동률인 상황이다. 세 팀은 지난해 전북이 4위, 대구가 6위, 대전이 8위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거뒀던 만큼 올해 부진이 더욱 아쉬운데, 나란히 시즌 도중 감독 교체 초강수를 뒀다.
먼저 전북은 김두현 감독 부임 후 강원전 1대2, 울산전 0대1로 연패에 시달렸지만, 정식 감독 부임 후 이어졌던 원정 2연전이라는 점이 다소 참작된다. 경기력 측면에서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대전은 직전 16라운드에서 대구를 만나 1대0으로 승리하며 3연패를 끊어냈다. 이어 황선홍 감독을 4년 만에 재선임해 분위기 반전을 예고했다. 대전은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 줄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후반기에는 빠르게 팀을 재정비해 반등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구는 박창현 감독 부임 후 2승1무5패를 기록했는데, 최근 3연패 수렁에 빠지며 주춤한 상황이다. 대구는 박창현 감독 부임 후 박용희, 정재상 등 어린 선수들을 적극 활용해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고 있고, 에이스 세징야의 부상 복귀 등 긍정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휴식기 이후 반등을 노린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