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서 또 백억 대 횡령...“내부통제 어딜 강화한거죠”

우리은행서 또 백억 대 횡령...“내부통제 어딜 강화한거죠”

2년 만에 사고 재발
100억원 빼돌려 가상화폐 투자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적발
금감원, 12일 현장 검사 착수

기사승인 2024-06-11 17:52:33

우리은행. 연합뉴스

700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졌던 우리은행에서 2년 만에 사고가 재발했다. 자체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노력에도 허점을 노린 직원 일탈을 막지 못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찰은 10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김해금융센터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대리급 직원인 A씨는 기업대출을 담당했고, 올해 초부터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십여 차례에 걸쳐 대출금을 빼돌렸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령 금액 대부분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진술했다. A씨의 투자 손실은 약 60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여신감리부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A씨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한편 담당 팀장에게 검증을 요청했다. 우리은행은 특별검사팀을 해당 지점에 파견해 조사 중인 상태다.

이번 횡령 사건은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한 책무구조도 시행을 1달 앞둔 예민한 시기에 터졌다. 금융감독원은 12일부터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검사를 나가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에서는 2년 전에도 거액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 본부 부서 차장급 직원이 약 712억원을 횡령했다. 이 직원은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15년형을 받았다. 

금융당국·은행 노력했지만…이번에도 못 막았다

최근 금융권 횡령사고가 잇따르며 금융당국에서도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2022년 말 ‘은행 내부통제 제도 개선안’을 도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대형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 개선안’을 마련했다. △장기근무자 인사관리 등 장기과제 이행시기 단축 △준법감시인 자격요건 강화 방안 등이 담겼다.

뿐만 아니다. 우리은행의 전사적 노력도 있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당시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내부통제만 담당하는 지점장급 인력 33명을 전 영업본부에 배치했다. 영업본부마다 영업,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지점장을 1명씩 둔 셈이다. 지점장 승진까지 전직원이 내부통제 관련 부서에서 최소 6개월~1년간은 1번씩 근무하게 했다. 내부자 신고로 금융사고를 막은 경우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최대 1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아무리 시스템을 강화해도, 빈틈을 노려 작정하고 돈을 빼돌리는 직원을 막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을 시행하면, 전산시스템으로 고객 혹은 기업 명의 통장에 바로 입금 되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 직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부동산PF 자금 등 시공사 통장으로 돈이 들어가는 등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제 3의 계좌로 입금이 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형식으로 돈을 빼돌렸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신용대출은 건별대출과 한도대출로 나뉜다. 건별대출은 대출자가 원하는 금액을 한 번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주로 목돈이 필요할 때 받는 대출이다. 한도대출은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으로 필요한 금액만큼 마이너스(-)로 한도를 설정한 뒤, 그 한도 내에서 대출자가 원하는 만큼 꺼내 쓰는 식이다. 매번 대출이 실행되는 방식이 아니라, 한도대출은 일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돈이 나가기 때문에 고객이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모자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자체 모니터링으로 잡았지만…너무 늦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결과적으로 내부 결재 과정이나 감사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리급이면 실무자인데 대출 실행시 책임자, 지점장 승인을 다 거쳐야 한다. 윗선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순회 감사, 월별 감사 등 은행에서 다양하게 크로스체크를 하는데도 대출 실행, 선물 투자, 적발까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다.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부통제를 강화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뭐가 바뀐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영업점 인원이 축소돼 직원 업무량이 과중된 점도 원인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 부지점장출신의 손재성 웅지세무대학교 회계세무정보과 조교수는 “예전에는 영업점 인원이 4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0명이면 많은 수준이다. 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는데 업무는 그대로다보니 직원 업무가 과중하다”며 “영업점 내부에서도 각자 업무 쳐내기 바쁘니 타직원이 무슨 업무를 하는지 모른다. 특히 기업대출은 업무가 많고 상급자가 영업을 하느라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승인 과정이 간소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연히 전산에 등록된 계좌로 바로 돈이 입금이 되는 구조고, 어떻게 직원 통장으로 돈이 들어갔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진상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윗선 결재 라인까지 조사를 거쳐 문책할 계획이다. 내부통제를 강화했지만 감사 등 크로스체크에서 뭔가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먼저 문제 원인을 파악한 뒤 내부통제 허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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