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장마철인데…서울시 반지하 침수 ‘위험’ 여전

곧 장마철인데…서울시 반지하 침수 ‘위험’ 여전

‘서울시 반지하 대책 충분한가?’ 토론회
“반지하 밀집 구역 개발시 인센티브”

기사승인 2024-06-12 16:36:02
12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로 거세지는 극한호우, 서울시 반지하 대책은 충분한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임지혜 기자

“10년 전에도 똑같은 침수 피해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반지하 주택 건축 규제, 배수설비 개선 지원, 차수판 설치 등 현재와 똑같은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10년여 뒤 똑같은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정두영 관악주거복지센터 센터장)

2022년 8월 유례없는 폭우로 서울 관악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 이후,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 나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지하 대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로 거세지는 극한호우, 서울시 반지하 대책은 충분한가?’ 토론회에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서울시 반지하 침수대책을 돌아보고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환경정의가 주최하고 한국환경민간단체진흥회가 후원했다.

지난 2022년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매입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반지하 특정바우처를 신청받아 지상층으로 이주하는 반지하 가구에 최장 2개월간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하주택 밀집지역 정비사업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반지하 침수대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특정바우처 대상 가구수는 지난해 말 786가구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서울시는 당초 반지하 특정바우처 목표를 1만가구로 설정했는데 목표 대비 실적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지침 개정 이후 서울 반지하 가구의 1.6%만이 주거상향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2020년 7월~2023년 10월까지 3년3개월 동안 서울 반지하에 거주했던 3675가구만 공공·전세임대 주택으로 이주했다. 이중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가구가 85.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 대책이 엇박자를 이루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홍 연구원은 “서울시는 조사자가 육안상 위험하고 판단한 반지하 주택에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LH는 차수판(물막이판)이 설치된 위험한 반지하주택만 전세임대주택 계약을 허가하는 지침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로 거세지는 극한호우, 서울시 반지하 대책은 충분한가?’ 토론회에서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전문가들은 반지하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남지현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반지하 멸실 정책보다는 침수 위기의 주거용 반지하라는 지원 타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침수 반지하 밀집 구역에 대해서는 재개발할 때 공공임대주택만 가능하도록 목적성을 가져야 한다. 침수는 지리적인 요인과 건물적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단순한 방법으론 해결이 어렵다. 그만큼 공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은 “반지하 밀집 구역의 민간 개발을 위한 용적률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공공개발 시 재원을 많이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며 “SH, LH 등 역할은 민간이 개발할 수 없는 땅에 공공의 자원을 가지고 필요한 주택을 짓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박인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정부와 지자체는 건축법 개정을 통해 반지하 주택의 신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했지만, 반지하 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거 복지뿐 아니라 반지하 거주민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정두영 관악주거복지센터 센터장은 “침수 반지하 거주민들은 침수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다. 비만 오면 불안감을 느끼고 외출해서도 집에 문제가 없는지 고민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트라우마에 대한 공적 지원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관악구는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2년여간 643가구가 주거상향했다.

정 센터장은 “매입임대 물량이 적고, 주거상향지원을 신청하고 선정되는데 약 1년 정도가 걸린다. 당장 침수 피해가 있어도 당장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며 “청년·신혼부부 관련 공공주택은 계속 발표되고 있지만, 이러한 재해 문제를 겪는 주민들에 대한 건 단 한 건도 없다. 주거상향에 대한 정책적 제한이 많은데 이런 부분이 해결되면 이주 움직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올해도 반지하 침수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상영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울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의 방재 수준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2020년에는 서울 방재성능 수준(시간당 95㎜)을 넘는 시간당 141㎜ 비가 내려 문제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펌프장, 대규모 저류시설을 지어도 잔여 위험은 존재한다.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내리면 반지하 100곳 중 7~8곳은 침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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