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진료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고한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아동병원들도 소아 환자 곁을 지키기 위해 의료계 총파업 불참을 결정했지만 임현택 의협회장이 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 인터뷰 기사를 거론하며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란 병을 만든 사람들”이라며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죠”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과 임 회장은 같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앞서 최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18일 총파업에는 참여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병동에 가득 찬 아픈 아이들을 두고 현실적으로 떠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 의료 사태가 해결돼야 하고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 등 동료 의사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아동병원협회 소속 병원마저 휴진하면 아픈 아이들은 오갈 데가 없고 분명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전국 130여 곳의 아동병원이 소속된 단체다. 아동병원은 달빛어린이병원과 별개로 야간과 휴일 등 취약시간대에 경증 및 중등증 응급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아동병원협회는 최근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전문의가 모두 이탈한 데 따른 파장이 아동병원에 미치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가 몰릴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아동병원협회와 같이 의료계 총파업에 나서지 않겠단 의료단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3일 전국 분만 병·의원 140여 곳이 속해 있는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최근 온라인 임원 회의를 열고 18일 의협의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원래 휴일이었던 의료진만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은 분만 등 필수의료는 휴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학병원들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 진료는 멈추지 않는다.
분만병의원협회는 최근 회원 병원에 서신을 보내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먼저 투쟁에 나섰다. 우리 역시 투쟁 현장에 즉각 달려가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우리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그러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라고 했다.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도 휴진에 동참하지 않는다.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봐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의협을 직격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협의체는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협의체는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