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입법 속도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거부권 제한’ ‘시행령 사전 심사제’ ‘표적 수사 금지’ 등 행정부와 사법부를 옥죄는 법안을 연일 내고 있다. 여당은 거야 입법 독주가 삼권분립 파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1인 정당이 됐다. 한 사람의 사법리스크가 삼권분립, 의회, 정당, 민주주의를 모두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앞서 행정권 침해 소지가 있는 법안을 여럿 발의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일부개정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사적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 의원은 위헌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상 권한이지만, 헌법의 원칙상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주장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도 행정권 침해 소지가 있다. 민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에 입법 예고안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상임위가 위법 여부를 판단해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적으로 거대 야당의 입법을 방어할 수 있는 정부·여당의 실질 수단이 시행령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전 심사를 통해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당론 추진하고 있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민생위기특별조치법’ 또한 헌법 제54조가 규정한 정부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
사법부를 겨냥한 민주당의 법안은 이미 법사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수사기관이 증거 위조, 원하는 진술을 얻기 위해 위력을 행사할 경우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이건태 의원은 검찰의 표적 수사를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냈고, 양부남 의원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전면 금지 법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당사자를 불리하게 한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 판사 선출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부와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의 강한 압박은 삼권분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거대 야당의 입법권 남용으로 행정부와 사법부가 두려워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이는 삼권 분립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헌법을 살펴보면 헌법 기관은 누구에 의해서도 강제로 무력화되지 않도록 정해놓았다”면서 “그런데 (민주당은) 이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자꾸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삼권분립 흔들기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18일 “민주당이 입법부를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사법부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며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별위원회’를 첫 가동시켰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공식 문제제기 하고, 대법원을 방문해 이 대표 관련 재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기로 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