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에서 완산중학교와 완산여자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완산학원이 사학비리로 전국적인 여론의 질타를 맞고 관선 이사가 파견됐는데도 사무직원 채용을 앞두고 다시금 불거진 이사장의 독단적 권한 행사에 불화가 커지고 있다.
19일 학교법인 완산학원 구성원들에 따르면, 관선 이사로 파견된 완산학원 K 이사장이 지난 5월 23일 완산학원 사무직원 인사위원장에게 6월 10일까지 완산학원 사무직원 인사규칙 개정 요구(안)이 반영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주 완산학원은 지난 2019년 학교법인의 채용, 횡령 등 각종 비리로 40여명의 교직원이 징계 및 면직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당시 전북도교육청은 사태수습을 위해 임시이사를 파견해 인사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사무직원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사행정을 구현해왔다.
이에 따라 학교 인사 채용은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사무직원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사회에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구조가 바뀌었다.
사무직원 인사위원회는 완산중 교장과 행정실장, 완산여고 교장과 행정실장, 사무직원 중 선출된 1명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인사에 앞서 심의를 맡아왔다.
그러다 지난 2022년 새롭게 파견된 현 K 이사장이 최근 사무직원 인사위원회를 없애고, 이사장 독단으로 인사 및 신규직원 채용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인사규칙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해 교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공문에는 인사규칙 ‘제2장 사무직원 인사위원회’ 부분에서 제3조 인사위원회 설치, 제4조 인사위원회의 기능, 제5조 인사위원회의 구성, 제6조 회의 등 3~6조 모두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관선 이사장이 전국적인 비판을 받은 사학비리로 몸살을 앓은 교직원들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 만든 학교 인사규칙에서 사무직원 인사위원회 내용 전면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K 이사장이 공문으로 발송한 인사규칙 개정 요구 배경에는 사립학교법 제70조2(사무기구 및 직원)에 ‘사무직원 임용은 학교의 장의 제청으로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용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반해, 완산학원 사무직원 인사규칙에는 제3조(인사위원회 설치)부터 제7조(신규채용 시험의 방법 등)를 심의해 이사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어 학교법인 고유권한인 임용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K 이사장 요구대로 인사규칙이 개정되면, 사무직원 신규 채용, 승진, 징계 등 모든 인사는 인사위원회를 거치치 않고 이사장이 임의로 채용 기준을 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무직원 인사위원회에서 인사규칙에 못 박은 금품수수나 공금횡령, 배임, 부정청탁, 음주, 성 관련 등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도 행정실장과 법인국장으로 임명 가능하다.
사학비리로 얼룩진 학교법인에 파견된 관선 이사가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만든 인사규칙을 다시금 이사장이 인사권을 독단으로 행사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을 요구, 인사규칙 개정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가 현재 임시직으로 근무하는 A씨가 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완산학원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완산학원의 한 구성원은 “인사위원회는 공정성 객관성을 유지하고 투명한 학원 경영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기구인데 관선 이사로 파견된 K 이사장이 인사규칙 개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여러정황상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미 엄청난 홍역을 치렀는데 다시금 완산학원에 사학비리의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이에 완산학원 법인국장은 "K 이사장이 ‘인사위원을 외부인으로 구성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은 관선 이사지만 인사규칙도 사용자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인사권한을 갖고 신규직원 채용 등 인사 관련 사항을 이사회에서 결정하겠다는 취지다”면서 “행정실에 결원이 있어 신규채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말들이 무성하다. 특정인 채용을 얘기하는 것은 자기들만의 뇌피셜이다”고 잘라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