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도 반환점을 넘어서면서 지방자치단체에도 인적 쇄신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오는 7월 단행되는 인사는 지자체장 임기 후반기 정책 운용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되고 2년 후 선거 준비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주목된다.
또 전반기에 드러난 갈등이나 불신을 일소하고 조직 내 균형을 맞추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공무원으로서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인사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조직의 화합을 이끌고 성장 동력을 담보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18일 국장급 6명의 승진을 포함해 과장급 8명, 팀장급 17명, 6급 이하 90명 등 모두 121명이 승진하는 ‘2024년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고 이어 간부들에 대해 보직 발령했다.
김관영 지사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후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 신산업 중심 체제를 구축하고 인재를 발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이번 인사가 보여주는 의미는 향후 전북자치도의 미래를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자치도는 상반기 일부 고위 간부의 내부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갑질 논란’은 성과주의 중심의 도정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도청 내부에선 “그동안 병들어 있는 게 이제 터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른바 ‘낙하산 임용’이라는 고위 간부들을 둘러싼 논란이다 보니 임용권자인 김 지사가 “무관용 원칙으로 인사 불이익 등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파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어수선한 와중에 안병일 전북특별자치도 비서실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근 불거진 정무라인의 불협화음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직을 결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논란의 책임 소재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후임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박용석 전북자치도 서울본부장은 군산 출신으로 진영 전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며, 김 지사와는 고등학교 동문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의 선거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김 지사 임기 후반부에도 외부 인사가 비서실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구성된 그간 느슨해진 정무라인과 공보라인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번 인사에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무력감과 위화감으로 침체된 공직사회 분위기를 쇄신할 카드가 절실하다.
이번 인사에서 더욱 주목받는 지자체는 전주시다. 우범기 시장의 재선 의지를 가늠케 할 하반기 전주시 인사 폭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주시는 상반기 조직 개편에서 도시 개발과 문화관광을 주도할 공영개발과와 문화산업과를 신설했다.
전주시 인사에 대해서는 세 갈래 전망이 나온다. 15명의 고위직 퇴직이 예상되는 가운데 행정 직원들에 대한 승진과 전보인사 수준으로 인사를 단행할지, 이른바 ‘어공’으로 분류되는 영입한 선거 참모들에 대한 인사 폭이 어느 정도일지, 일부 통폐합이 거론되는 산하기관장과 출연기관장 포석을 어떻게 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행정 직원인사는 승진 요인이 많은 만큼 기획조정국장 등 치열한 자리다툼이 예상되고, 전보는 올 초 인사에서 국·과장급의 이동이 컸던 만큼 이번에는 팀장급 이동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선거캠프 참모 출신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비서 진영과 ‘낙하산 간부’에 대한 개편 폭이다. 우 시장이 사석에서 재선을 위해 비서실 진영을 보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파격 인사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우 시장이 외부 공모를 통해 임용한 간부 중에는 최근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인사들이 있다. 홍보담당관은 전주시정 소식지인 ‘전주다움’에 시장의 업적을 과도하게 홍보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회 경고를 받아 시의회에서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균형 잡힌 업무 추진보다는 시장에 대한 ‘과잉 충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우 시장이 찾는 여러 행사장 등에 불쑥 나타나 공개된 장소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거나, 도를 넘는 충성 발언을 하기 일쑤다.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유튜버 담당 공무원이 퇴직했고, 선임 팀장이 네 차례나 교체되는 등 이른바 ‘갑질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직장 갑질에 대해 감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 시장 취임과 함께 임용된 고교 동문인 정무보좌관과 공보담당관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임기 연장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무보좌관은 지난해 임기가 1년 연장됐고, 이번이 두 번째 연장이다. 일부에서 ‘퇴진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우 시장으로서도 고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흔히 인사철을 앞두면 ‘메기론’이 회자된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 때 주창한 것으로 ‘논에 미꾸라지를 키울 때 한쪽 논에는 미꾸라지만 넣고 다른 한쪽에는 미꾸라지와 메기를 넣어 키우면 메기를 넣어 키운 쪽의 미꾸라지들이 훨씬 더 통통하게 살이 찐다’는 것이다.
미꾸라지가 메기에게 잡혀먹지 않으려고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활발히 움직였기 때문에 더 많이 먹고, 더 튼튼해진다는 것으로 한 조직에 강력한 경쟁자가 있을 때 자극을 받아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이론인 ‘메기 효과 (catfish effect)’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름지기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인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조직을 활성화하고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조직에 걸림돌이 되는 인사들은 과감히 배제하고 새로운 ‘메기’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메기’는 외부에서 찾을 수 있고 조직 내부에서도 구할 수 있다.
산업·생활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함께 혁신하고, 성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인사시스템을 개선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통해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과 혁신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