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재추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민의힘 3선 의원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 재추대 의견을 표명했으며,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도 추 원내대표 복귀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힘에게 다소 불리한 원구성이 이뤄진 것은 근본적으로 추 원내대표의 책임이 아니라는 데 원내 의견이 모이고 있다.
26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추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백령도로 떠났다. 백령도를 방문한 추 원내대표는 6·25 전쟁 74주년을 맞은 25일 안보 상황을 점검했으며 당분간 잠행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전날 원내대책회의 후 3선 의원들의 당내 의견을 취합해 공개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선 의원들이 모두 원내대표가 복귀한 후 당을 이끌어 원내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백령도에 있는 추 원내대표가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내 지도부가 (바로) 찾아가서 설득하는 것은 현재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3선 의원들은 추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이 이뤄진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재추대’를 의결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3선 의원 긴급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3선 의원들은 한결같이 (추 원내대표의) 사퇴 의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국회에서 무지막지한 횡포를 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아무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도 조금도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상태였다”며 “협상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누가 원내대표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의원은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엄혹한 시기에 누가 원내대표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며 “추 원내대표가 그대로 (원내대표직을) 수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추 원내대표의 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3선 의원들의 사의 수용 거부 의사 표명과 추 원내대표가 돌아오길 바라는 당내 분위기로 ‘재추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가 돌아오길 바라는 분위기가 많다. 하나하나 다 얘기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른 초선의원도 “개인적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책임감이 강해 추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국 추 원내대표 때문에 민주당에 끌려가는 건 아니다”라며 “현재 당 대표도 없는데 원내대표까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 힘을 보태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전문가는 추 원내대표 재추대의 배경은 ‘총선 결과’에 있다고 봤다. 그는 24일 쿠키뉴스에 “원구성 불발은 추 원내대표의 잘못이 아니다. 민주당이 협상안을 받지 않을 정도로 총선 결과가 심각했다”며 “세 번이나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내에서 원내대표를 맡을만한 인선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민의힘은 재추대를 통해 추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