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6개’ 아리수 야외 음수대, 설치만 급급 관리는 뒷전

‘1686개’ 아리수 야외 음수대, 설치만 급급 관리는 뒷전

기사승인 2024-07-04 06:00:41
아리수 음수대. 사진=이예솔 기자

서울시가 시민 편의를 위해 시내 곳곳에 설치한 ‘아리수’ 야외 음수대가 허술한 관리로 일부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최근 방문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는 총 3대의 음수대가 설치돼 있었다. 그중 두 개의 음수대 주변에는 모래와 쓰레기 등이 버려져 있었다. 한 곳은 구석에 설치돼 있어 물기 등 사용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시민들도 음수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시민 A씨는 “음수대에서 손을 씻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수질이 깨끗하다고 하더라도 사용하기에 찜찜하다”고 말했다.

4일 서울시 야외 음수대 현황을 보면 총 1686대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중 상당수의 청결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1년 서울아리수본부가 자체 시행한 야외 음수대 위생관리 실태 점검결과에 따르면 점검한 총 154대 중 40.9%에 달하는 63대가 청결상태가 불결하거나 시설물 파손, 출수 상태 불량, 자체제작 표지판 설치 및 표지판 탈락 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야외 음수대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5월부터 3주간 시민 2001명을 대상으로 한 ‘다중이용시설과 공공장소에서의 식수 접근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 밖에서 물을 마실 때 공공 음수대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하다.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청결 및 위생이 걱정돼서’(32.1%)다.

야외 음수대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 대당 약 1000~2000만원 정도다. 설치 기관 특성에 맞게 다른 재질로 설치된다. 초기 설치 비용에만 168억에서 최대 337억이 든 셈이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1000대 이상의 야외 음수대를 설치했지만, 이용률도 낮고 위생 관리조차 미흡한 상황이다. ‘서울특별시 아리수 음수대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야외에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는 청소 등 위생 관리와 고장 등 유지관리를 해당 기관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아리수본부는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관리‧운영 등은 자치구, 시설공단 등 각 해당 기관이 시행하고 있다.

관리 주체가 양분화되면서 전반적인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음용 이외의 목적으로 음수대를 사용하더라도 아리수본부가 직접 관여하지 못한다. 서울아리수본부 측은 “해마다 단수를 했다가 개수할 시점에 시민 불편 없도록 음용 환경을 개선하라는 공문을 보낸다”며 “관리‧운영은 각 기관이 담당한다. 아리수본부는 아리수 음수대 수질에 대한 검사와 음용 가능 여부만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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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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