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가 연장 접전 끝에 전차군단을 격침했다. 유로 2008 결승에서 패했던 독일은 이날도 무릎을 꿇으며 설욕에 실패했다.
스페인은 6일(한국시간) 오전 1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독일과 8강전에서 연장 후반 14분 터진 미켈 메리노의 결승골에 힘입어 2-1 신승을 거뒀다.
4강에 진출한 스페인은 같은 날 펼쳐지는 포르투갈-프랑스 경기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두고 맞대결을 갖는다. 반면 어느 때보다 우승 열망이 강했던 ‘개최국’ 독일은 이날 패배로 대회에서 쓸쓸하게 퇴장했다. 앞서 이번 유로를 은퇴 무대로 정했던 토니 크로스는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독일은 4-2-3-1 진영으로 경기에 임했다. 최전방에 카이 하베르츠가 위치했고 그 아래 2선에는 리로이 사네, 일카이 귄도안, 자말 무시알라가 자리했다. 3선은 토니 크로스와 엠레 잔이 지켰다. 수비진은 다비트 라움, 요나탄 타, 안토니오 뤼디거, 요주아 키미히로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마누엘 노이어가 꼈다.
스페인도 4-2-3-1로 맞대응했다. 알바로 모라타가 독일 골문을 최전방에서 노렸다. 라민 야말, 페드리, 니코 윌리암스가 2선에 포진했다. 로드리와 파비안 루이스가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포백으로, 마르크 쿠쿠렐라, 에므리크 라포르트, 로뱅 르노르망, 다니 카르바할이 출격했다. 골문은 우나이 시몬이 지켰다.
경기 초반부터 변수가 발생했다. 크로스에게 깊은 태클을 당한 페드리가 왼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에서 빠졌다. 빈자리는 다니 올모가 채웠다.
스페인이 초반부터 독일을 압박했다. 야말의 프리킥이 골문을 살짝 외면했고 이어 전반 16분 루이스의 중거리 슈팅 역시 노이어를 위협했다. 독일은 높은 타점을 활용해 반격에 나섰다. 전반 20분 하베르츠가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고,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하베르츠는 이후에도 좋은 터치로 유효 슈팅을 때리는 등 스페인 수비진을 흔들었다. 양 팀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양 팀은 선수 변화를 꾀했다. 스페인은 르노르망을 빼고 나초 페르난데스를 투입했다. 독일은 사네와 잔을 벤치로 부르고 로베르트 안드리히와 플로리안 비르츠를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독일을 두드리던 스페인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후반 6분 야말이 독일 우측면을 파고들었다. 이어 중앙 지역으로 간결하게 공을 건넸다. 침투하던 올모가 방향만 꺾는 오른발 슈팅으로 독일 골망을 흔들었다. 페드리 대신 들어온 올모가 자신의 진가를 완벽히 뽐냈다. 스페인이 1-0 리드를 잡았다.
선제골을 먹히자 독일은 빠른 타이밍에 추가 교체를 단행했다. 귄도안과 라움을 빼고 니클라스 퓔크루크와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를 넣었다.
홈팬들 성원을 등에 업은 독일은 스페인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후반 31분 오른쪽 측면에서 비르츠가 러닝 크로스를 올렸다. 가운데 있던 퓔크루크는 수비수 경햡을 이겨내고 공을 받았다. 이어 곧바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시몬의 타이밍도 뺏은 슈팅. 그러나 공은 골대를 맞고 튀어 나왔다.
기세를 올린 독일이 긴 기다림 끝에 스페인 골망을 열었다. 후반 43분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키미히가 박스 안쪽으로 공을 떨궜고, 비르츠가 논스톱 오른발 슈팅을 때리며 단단했던 스페인 방패를 뚫어냈다. 독일이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 균형을 맞췄다.
연장으로 향한 경기. 스페인이 볼점유율을 주도하며 독일을 쥐고 흔들었다. 연장 전반 8분 교체 투입된 미켈 오야르사발이 박스 바로 바깥에서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때렸다. 슈팅은 골대를 미세하게 비껴갔다. 독일은 연장 전반 15분 역습 과정에서 비르츠가 원터치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으나 골망에는 닿지 못했다.
연장 후반 1분 무시알라는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이때 공이 박스 안에서 쿠쿠렐라 손에 맞고 나왔다. 독일 선수들은 페널티킥이라 주심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장 후반 14분 스페인이 극장골을 터뜨렸다. 교체 투입된 미켈 메리노가 독일 골망을 흔들었다. 올모가 왼쪽에서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메리노가 환상적인 헤더 슈팅으로 노이어를 속였다. 스페인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독일의 공세를 끝까지 막고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패한 크로스는 고개를 숙이며 선수 인생을 마무리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